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의 설계자다웠다. 박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정치권의 감세 철회와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 감세 기조는 유지하고 무상복지에 반대하는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금융감독 체계 개편 등 일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거나 원칙론적 답변으로 일관해 의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감세 기조 유지,무상복지는 반대"

박 후보자는 이날 소득세 ·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예정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감세를 약속했다 갑자기 뒤집는 것은 국제적인 신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소득세 최고구간(과표기준 1억원 초과) 신설에 대해선 "과세구간을 너무 많이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법인세는 더더욱 어렵다고 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무상복지'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현재 복지 혜택이 낮지만 (이미) 설계된 제도가 연차적으로 확대되면 조만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후보자는 "선별적이 아닌 보편적 복지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내가 생각하는 복지는 일하는 복지,교육과 일을 통해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하며 △근로 빈곤층의 자활을 촉진할 수 있고 △수요자 욕구와 부담능력에 맞고 △도덕적 해이가 없는 복지를 복지정책의 4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재정건전성에 대해선 "2012년 균형재정 달성은 상당한 세출 삭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당초 2013~2014년으로 예정된 균형재정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3%대 물가안정 힘들 것"

현재 최대 경제 현안으로는 물가 불안을 꼽았다. 소비자물가가 최근 4%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과 관련,"아무래도 (정부 목표치인) 3% 선은 지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목표치 상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내정자는 "물가상승 압력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구조적인 인플레로 고착되지 않도록 저가항공처럼 시장 친화적이면서 창의적인 대안을 끊임없이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박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인 2007년 유류세 인하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당시 세금부담이 휘발유는 60%,경유는 50%였지만 지금은 각각 48%,39%에 불과하다"며 "그때보다 세금 부담이 낮아진 상황이라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체계 개편은 신중

저축은행 부실로 불거진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지금처럼 한 기관에 몰아주는 것은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모범답안은 없으며 (모든 방안이) 장 · 단점이 다 있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

현재의 금융감독 체제 개편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이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예로 금융행정체계를 들었다"며 반박했다. 그는 "과거 재정경제원이 금융정책을 함께하면서 한국은행 등과 티격태격하며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과 대비한다면 인수위 개편에서 정책과 감독을 합하고 검사를 분리한 것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박 후보자는 "재무 관료의 경험이 사무관 2년밖에 안 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모든 면에서 모자란다"면서도 감사원에서 경제부처를 담당했고 재정정책학을 전공한 경험 등을 들면서 자격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제부처 수장을 정통 재무관료가 맡는 것에 대해 "순혈주의에 따른 단점도 있을 것"이라며 자신처럼 이른바 '비주류'인 외부 인사로 임명되는 것도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용석/서보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