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단일 후보로 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하지도 정당하지도 못하다. 유럽국들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밀고 있는 것은 IMF 기금을 통해 유럽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럽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이는 평소 IMF의 역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나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스트로스 칸 전임 총재를 배출한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IMF에 대한 개도국의 발언권을 보장하기로 했던 작년 G20 정상회의 합의 사항을 위배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럽의 국가 재정 위기는 기본적으로 도덕적 해이에 기반하고 있다. 남부는 유로화를 사용함으로써 싼 이자의 재정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었고 독일 등 선진지역은 자국 통화보다 낮게 평가된 유로화를 쓰면서 수출을 늘려왔던 구조였다. 필연적으로 남부의 과다부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상의 문제로 남부국가들의 재정 문제가 터진 것인데 지금에 와서 IMF 자금으로 유럽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어떤 면에서건 온당하지 않다. 유럽국들이 일제히 라가르드 장관을 후보로 밀고 있는 것은 그리스 문제 등을 무임승차식으로 해결해보려는 또 다른 도덕적 해이에 불과하다. 물론 2차 대전 직후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할 당시부터 IMF 총재직은 유럽국들이 줄곧 맡아왔다. 우리가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받았던 1997년 당시에도 프랑스인이었던 미셸 캉드쉬가 총재를 맡았었다. 그러나 이런 낡은 구조는 이제는 혁파할 때가 되었다.

새로운 IMF 총재는 유럽 재정위기 등 당면한 국제적 경제 과제들을 객관적 입장에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다. IMF 관리 체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고 있듯이 한국은 소득 분배의 효율성,저실업률,경상수지와 정부 재정의 건전성 등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다.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사공일 씨 정도라면 IMF 총재로서 역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