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자산관리 시장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온 삼성과 미래에셋이 대립각을 강화하며 또 한번의 결투를 앞두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8회 '미래에셋 자산배분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은 지난달 28일 기관투자가와 기자들에게 이 일정을 이미 통보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도 12~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8회 글로벌 콘퍼런스'를 연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같은 날 비슷한 성격의 대규모 행사가 동시에 열리게 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매년 이맘 때 해 오던 행사로 연초에 일정을 잡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올 들어 두 회사가 보여온 경쟁 관계를 볼 때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입방아에 올렸다.

자산관리 시장에서 양사 간 불편한 관계는 지난 2월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의 '제1회 금융투자인상' 시상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자문형랩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선공을 날렸다. 다분히 자문형랩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삼성증권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당시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금융상품 부문에서 이마트처럼 '유통혁명'을 일으켜 증권업의 본질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랩 시장의 최강자임을 자처할 때였다.

깜짝 놀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 "이제 가야 할 시간"이라며 박 회장의 손을 잡아끌었다. 박 회장은 이를 뿌리친 채 30분 이상 서서 작심한 듯 민감한 말을 쏟아냈다. "자문형랩의 서비스는 형편없는 반면 수수료만 비싸게 받는다"는 게 골자였다. 미래에셋은 박 회장의 발언 이후 자문형랩 수수료를 3% 안팎에서 1.9%로 내렸다. 수수료 인하를 통해 자문형랩 시장에서도 삼성증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증권과 SK증권이 수수료 인하에 동참해 이 전략은 성공하는 듯했다.

삼성증권도 뒷짐만 지고 있지 않았다. 펀드 후취형 수수료 체계 확대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펀드 가입 시 후취형 수수료를 선택하면 2년 이상 장기 투자 때 판매수수료를 면제해 주고,매년 떼는 판매보수도 크게 낮추기로 한 것이다. 박 사장은 "장기투자자에게 실질적인 비용 절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 간 경쟁은 계열 자산운용사의 상품으로까지 확대됐다. 금융위기 이후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시장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연내 ETF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잡아라"는 특명을 내렸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즉각 '타이거200 ETF'의 운용보수를 업계 최저인 0.15%로 인하했다. ETF 수도 32개로 늘리며 공격적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ETF 수가 32개로 삼성운용(22개)을 앞섰다. 하지만 순자산 규모는 8200억원으로 삼성운용(4조500억원)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다소 파격적인 '구매 철회'서비스로 재차 응수했다.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랩 등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한 후 5영업일 내에 구매철회를 요청하면 조건 없이 환매는 물론 선취판매수수료까지 돌려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래에셋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두 회사 간 경쟁은 수수료와 서비스 경쟁에서 끝나지 않고 같은 날 투자세미나 개최로 이어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모적인 신경전이 지속되기 보다 투자자를 위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도모하는 선의의 경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