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火病)은 한국인 특유의 질병이다. 기분이 나쁠 때 서양인은 울적해 하는 데 비해 한국인은 분노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화를 내는 심리구조가 정신적 문제를 짜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한국 사회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인 일본의 고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 스님이 또 다른 책 《화내지 않는 연습》을 펴냈다. 그는 화를 내는 마음의 구조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습 방법을 소개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화를 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새롭게 편집하는 버릇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컨대 상사나 동료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나를 업신여기는 무례한 말투'라고 해석해 버리면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결국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나도 앙갚음을 하겠어'라는 충동적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 화를 내면 잠시 후련한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분노의 스토리는 잠재의식에 남아 끊임없는 불안감과 자기혐오를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를 만드는 정보의 편집 과정에서 스토리가 전개되지 못하도록 중단시켜야만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감시해야 한다.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라는 식으로 분노에 점령당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응석받이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상대방에 대한 측은지심도 화를 막는 방법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나면 그를 가엾게 여기고,한층 여유있게 사람을 대할 수 있다. 저자는 욕망,분노,방황을 줄이기 위한 레슨을 소개하며 다른 사람과 자신에게 상처 주는 일을 그만두라고 조언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