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호주 합병 추진 등 탄력 가능성

미국, 독일 등 서방 각국 증권거래소간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면서 아시아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합병 필요성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10일(현지시각) 진단했다.

미국,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증권거래소에 대한 통제력을 외국인들에게 넘기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로 인해 그간 증권거래소간 합병 움직임이 미미했다.

그러나 전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간의 합병 추진 소식으로 인해 우선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가 추진 중인 호주증권거래소(ASX) 인수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미국ㆍ독일 증권거래소들의 합병 추진 뉴스 발표 이후 마그누스 뵈커 SGX 대표는 성명을 통해 "증권거래소간 합병은 세계적 추세이며 오직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SGX-ASX간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5번째인 1조9천억달러(약 2천130조원) 규모의 증권거래소가 탄생함으로써 홍콩, 도쿄 등 아시아의 주요 증권거래소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사 합병을 위해서는 호주 정부 규제 당국의 인허가 과정이 관건으로, 특히 ASX의 외국인 지분을 제한한 현행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률 개정을 위해서는 호주의 소수 여당인 노동당이 녹색당과 무소속 등의 도움을 얻어야 하나, 밥 브라운 녹색당 상원의원의 경우 싱가포르가 '반대파를 용납하지 않는 유사경찰국가'라며 합병 반대 의사를 뚜렷이 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ASX의 주가는 합병 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4.7% 상승했으나 합병 성사 여부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SGX가 제안한 인수 주가보다는 여전히 약 18% 밑돌고 있다.

한편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의 증권거래소 운영회사인 홍콩거래소(HKEx)의 경우 이날 어떤 합병이나 제휴도 추진하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자 SGX 등 타 증권거래소와의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HKEx의 주가는 이날 4.9% 하락했다.

도쿄증권거래소(TSE)도 이날 세계적 증권거래소 시장의 재편이 가속화됨에 따라 자사도 모든 옵션이 열려 있으나 당장은 어떤 합병 논의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아시아 주요 증권거래소들은 당분간 합병과 관련해 '정중동' 분위기 속에 유리한 합병 기회에 대한 탐색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