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학교(총장 강일구)는 특이한 대학이다. 충남 아산에 있는 이 대학은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대학은 아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인을 키워내는 데는 최고의 명문대학이다.

예를 들어보자.요즘 삼성전자 샤프전자 소니에릭슨 등에 핵심 광학부품을 납품하는 크루셜텍은 호서대가 창출한 세계적인 벤처기업이다. 크루셜텍의 안건준 대표는 호서대 학내벤처로 직원 4명으로 창업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회사의 광학부품이 스마트폰에 장착되면서 매출이 급증,지난해 2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호서대는 회사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대학 내에 생산공장을 설치할 수 있게 해줬다.

크루셀텍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호서대는 기업가적 기질,넘치는 열정,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창업자가 나타나면 과감하게 지원한다. 연구비를 지원하고 생산시설까지 만들어준다. 이런 기법은 미국 스탠퍼드대의 벤처기업 지원 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현재 호서대 아산캠퍼스 안에는 40개의 우수 벤처창업기업이 입주해 있다. 제2의 인텔,제2의 크루셜텍을 만들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연구개발 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호서대의 목표다.

40개 벤처 육성…세계적 부품기업 '크루셜텍' 배출

이를 위해 호서대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내 및 인접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1995년부터 캠퍼스 안에 벤처창업,산학협력 집적지를 조성한 데 이어 아산캠퍼스 인근에 배방사이언스밸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아산시와 호서대가 2013년 1단계 완료 예정으로 공동 추진 중이다.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발굴해 아산 지역을 신규 사업화의 메카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호서대의 특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공기업의 현장 노하우를 교육과 연계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출신 산학교수제도 운영한다. 학교 안에서 시작하고 완성시키는 산학협력체계를 구축해놨다.

다시 말해 학생 입학→벤처 창업→기술 개발→후학 양성→기업 성장이란 일련의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는 것.강일구 총장은 "예비 창업자 가운데 혁신적인 실적을 가진 사람을 창업 전담교수로 특채해 창업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제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호서대 창업지원단장을 맡은 양해술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창업 전담 교수가 신규 창업에서 성공까지의 전 과정을 맡는다"고 강조했다. 전인오 글로벌창업대학원 부원장은 "호서대는 창업 강의를 통해 예비 청년창업자들에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시키고,신규 창업자들에게 첨단 아이템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호서대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1999년 BK21사업으로 국내 최초의 벤처전문대학원(교육과학부),Post BK사업으로 혁신기술융합대학원,2004년 수도권 유일의 창업대학원(중소기업청)에 지정되는 등 대학 설립 이후 벤처 · 창업 부문 특성화를 이뤘다. 더욱이 지난 13년간 100개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해 254억원을 투입(2010년 3월 현재)하기도 했다.

CEO 출신 産學교수제 운영…창업서 성장까지 지원

호서대가 벤처 창업을 이끄는 대학으로 부상한 데는 강 총장의 창업 지원 의지가 뚜렷한 것도 한몫했다. 강 총장은 대학 차원의 창업 의지 달성을 위해 총장 직속의 창업지원단과 창업학부(2012년 신설)를 마련하고 창업과정부(2011년 신설)도 개설했다. 또 기존 글로벌창업대학원과 벤처대학원을 연계해 5년 후에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창업 지원 대학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예비 기술창업자의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고 호서창업벤처밸리에 집적화해 예비 기술창업자 허브 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또 충청권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성,학내 기술주체를 집적화하기로 했다. 호서대는 30여년 전부터 충청권 소재 지방대학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벤처창업을 특화하는 데 힘을 기울여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설립했고,벤처전문대학원 설립 · 운영을 통해 기술경영 융합기술사업화를 주도해왔다. 이 밖에 예비 창업자 및 조기 창업자에게 창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겸비한 창업 전문가를 양성했다.

호서대는 창업 지원 분야도 지역 특성에 맞게 차별화하고 있다. 창업 지원 분야는 크게 3개로 나뉜다. 첫째 신성장동력,둘째 광역경제권 선도,셋째 그린에너지다. 목표 달성을 위해 아산시 배방읍에 33만㎡ 규모의 창업연구단지를 조성한다. 입주 대상은 첨단 소재,연구개발 서비스,반도체 디스플레이,자동차 부품 및 소재 등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