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을 비롯한 그룹 임원 117명이 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의 워크숍 장소로 들어서자 정면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불이 켜졌다. 준비된 영상은 2008년 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400년 부자의 비밀,경주 최 부자'.매년 이맘때 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윤리경영 워크숍을 '경주 최 부자'의 나눔정신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최 부자가 '존경 받는 만석꾼'이 될 수 있었던 비밀을 최대 이윤이 아닌 적정 이윤만 챙기고,나머지는 주변에 베풀었던 데서 찾았다. 최 부자 가문은 △흉년일 때는 땅을 사지말라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풍년일 때도 소작료는 만석 이상 받지 말고 나머지는 소작인들에게 나눠주라 등 4대 원칙을 대를 이어 지켰다. 신세계가 최 부자 스토리에 주목한 대목이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쥐어짜기만 하는 유통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것.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생이 '크기가 정해진 파이를 나눈다'는 의미라면 동반성장은 '협력업체와 함께 파이를 키운 뒤 성과를 나눈다'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라며 "회사의 성장과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찾은 적절한 균형점을 토대로 앞으로 동반성장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정 부회장의 이런 생각은 이 회사가 이날 발표한 '신(新) 동반성장 5대 강화방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조선호텔 스타벅스에 국한됐던 중소 협력사에 대한 상품대금 현금결제를 올해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I&C 신세계푸드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