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코스닥시장이 뒤숭숭하다. 8일 하루에만 2개 상장사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횡령 · 배임 혐의가 확인됐다. 친환경 해충방제로 관심을 모았던 세실과 교육용품업체 에스브이에이치다. 지난달 25일 인선이앤티를 시작으로 횡령 · 배임과 관련된 정황이 포착된 기업은 2주 사이 7곳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세실의 최대주주인 이원규 회장과 김헌기 사장을 국가보조금 허위수령 혐의로 지난 6일 구속했다. 농민들이 친환경 농약을 구입하면 매입가의 절반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으로 주는 제도를 악용해 호남과 충청 일대 50여개 시 · 군에서 농민들의 이름을 빌려 보조금 90억여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다.

세실 주가는 이 사실이 알려진 6일부터 사흘간 29.59%(1175원) 급락해 2795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거래소는 검찰의 구속 이후 이틀이 지나서야 조회공시를 요구해 늑장대응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에스브이에이치도 김형기 대표가 90억원(자기자본의 45.1%)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는 에스브이에이치의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세실은 천적과 미생물을 이용해 해충을 퇴치하는 친환경 농업기술로 각광받던 업체여서 투자자들의 충격이 컸다.

최근 2주간 횡령 · 배임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 코스닥 기업은 이외에도 인선이앤티,국제이앤씨,루티즈,유니텍전자,경윤하이드로에너지 등이다. 전날부터 거래가 정지됐던 SSCP를 포함해 코스닥 유망주로 꼽혔던 기업들의 부정행위가 줄줄이 드러나 전문가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세실 관련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리포트 발표 후에는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며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단일순 거래소 시장정보분석팀장은 "연말에 횡령 · 배임이 집중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며 "거래소에서도 뚜렷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