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중고 가전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할 때 판매가의 10%를 보조해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중국 가전 제조업체들이다. 지난해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 중국 6대 TV 제조사들의 내수 점유율은 79.1%로 전년 대비 19.1%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의 점유율은 4.7%포인트 줄어든 7.6%로 뒷걸음질 쳤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글로벌 가전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는 소비자나 이를 만드는 제조사에 세제 · 보조금 등의 혜택을 주는 미국,중국 등에서는 내수 기업들이 수혜를 입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에너지소비량이 높은 제품에 세금을 더 물리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한국에선 내수 기업들이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당근을 주는 해외와 달리 채찍만 쓰는 국내 '그린 가전 정책'이 한국 가전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에어컨,냉장고,디지털TV 등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한 사람이 영수증을 제출하면 제품가의 5~1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에코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그린 가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예산 2964억엔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소비자는 이 포인트로 친환경 상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해외 정부들은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해 가전 제품을 산 소비자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예산 3억달러를 들여 고효율 제품을 산 소비자에게 50~20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에너지 스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규제 중심으로 치우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그린 정책' 역차별을 우려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가전기기 에너지효율목표관리제(에어컨 시범도입)를 도입,에너지 효율 기준에 미달한 업체에 매출액의 2%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예정이다. 지난 4월부터는 TV,냉장고,드럼세탁기,에어컨 등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상위 10% 가전제품을 산 소비자는 5%의 개별소비세를 내야한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자국 산업 보호까지 고려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 지원,제조사 지원 제도는 물론 기업들이 에너지 정책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