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도시 경쟁력이 국가 발전의 플랫폼…과감한 분권화 필요"
"글로벌 경쟁에서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해야 합니다. "

니펑페이 중국 사회과학원 도시경쟁력연구원 원장은 22일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도시경쟁력 보고서'에서 "정보기술(IT) 혁신과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1990년대 이후 도시가 국가를 제치고 점점 중요한 발전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사회간접자본(SOC)과 공공서비스 공급, 노동 교육 연구개발(R&D) 재정지원 정보제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도시가 경제 발전의 열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 원장은 중국 난카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세계은행과 베이징대를 거쳤으며 매년 발간되는 '중국 도시경쟁력 청서' 제작을 주관하고 있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도시 경쟁력이 국가 발전의 플랫폼…과감한 분권화 필요"
그는 "한국만 봐도 이미 인구의 80%가 도시에 살고 있다"며 "도시 단위의 경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도시 정부는 도시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행동하면서 많은 역할과 책임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아야 한다"며 "특히 과세에 있어서 도시 정부의 역할이 중앙정부보다 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 원장은 "각국 정부는 재정 · 과세 정책 재검토와 권력의 분할을 통해 도시 정부가 기업과 공공시설에 개입할 능력을 갖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지난 20년간 중국의 빠른 성장에는 과감한 분권화 개혁이 뒷받침이 됐다"고 지적했다. 각 지방정부들의 유연하고 현지 실정에 맞는 발전 전략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시장이 전통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상호 침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단순히 공공서비스 공급자 역할에서 벗어나 리스트럭처링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니 원장은 "시장 경쟁 활성화와 건전한 비즈니스 환경 구축,기업 브랜드 강화 등 도시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더불어 도시 경영과 정책 결정 과정에 기업과 비영리기구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글로벌화 역시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는 점차 복잡하고 열린 시스템이 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포착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채택하며,글로벌 선도 도시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간 경계가 약해지면서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도시 경쟁력이 전 세계에서 재능이 뛰어난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데 점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지역 사회와 융합시키는 능력이 도시 정부에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니 원장은 한국의 도시 경쟁력에 대해 "서울은 세계 일류 도시 수준에 접근했지만 한국의 대도시들은 전반적으로 중간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글로벌 도시 경쟁력 지표에서 서울은 세계 9위의 경쟁력을 가진 일류 도시로 나타났지만 부산 울산 인천 경주 등 나머지 9개 주요 도시는 190~300위의 중위권에 몰려 있었다.

니 원장은 "서울은 글로벌 명품 도시의 반열에 올랐지만 다른 도시들과의 불균형이 두드러진다"며 "다른 한국 도시들과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귀동/강경민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