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실리콘 유효질량을 줄여 초고속 실리콘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팀은 17일 실리콘의 유효질량(물질 고유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물질 내부의 전자질량)을 기존보다 20분의 1 이하로 줄여 실리콘 반도체 소자 속도를 수십 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논문은 '피지컬 리뷰 레터스'18일자에 게재됐다.

염 교수팀은 금속 단원자막(금속원자를 얇게 펴서 원자 한 층의 두께를 가지는 매우 얇은 박막 형태로 만든 것) 두께 0.3㎚의 매우 얇은 물질을 실리콘과 접합시키면 금속 전자와 실리콘 계면 전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실리콘 전자의 유효질량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도체 소자의 속도는 전기 신호를 운반하는 전자의 유효질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유효질량이 작을수록 전하가 빨리 움직이므로 소자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나 유효질량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아 그동안 이동통신기기 등에 쓰이는 고속 소자들은 실리콘보다 유효질량이 작은 화합물 반도체가 주로 사용돼 왔다.

염 교수는 "이 기술은 화합물 반도체보다 저렴하고 상용화가 쉬운 실리콘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상용화 이후 D램이나 플래시 등 PC나 이동통신기기에 적용하면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