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책 마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권도엽 국토부 1차관은 이날 6명의 부동산 시장 전문가를 서울 강남 P호텔로 불러 조찬 간담회를 갖고 시장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앞서 국토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8일 5대 건설사 주택 및 재개발 · 재건축 담당 임원을 불러 회의를 가진 데 이어 9일에는 부동산개발협회와 주택협회,건설기술 분야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가 시장 급변이나 전셋값 파동 등 특정 사안 발생 때 업계 및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3일 연속 회의를 갖고 차관이 시장 점검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건설 · 부동산 업계는 "하반기 한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주말 싱가포르 발언 이후 간담회가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는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시장 침체를 하락 안정세로 규정하고 그동안 '별도 대책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국토부는 '주택산업 경쟁력 강화 및 체질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며 관계자들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택정책이나 제도 등이 공급부족 시대에 만들어진 만큼 손볼 것이 있으면 제안해 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는 공급과잉을 방치하다가는 부동산 시장 자체가 충격파에 흔들릴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7년 말 분양승인을 받아 건설한 아파트 가운데 올해 수도권에서만 13만5000채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사업승인을 받고도 분양 시장 침체로 분양을 못 하고 땅매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만 물고 있는 아파트도 전국적으로 4만채가량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분야별로 규제를 완화하는 형태로 접근하면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돌 것이라고 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국민주택기금 지원 대상을 현행 전용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확대하거나,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로 입주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기존 집을 관리처분신탁에 맡기고 수익금증서를 받아 이를 근거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도록 하자는 것 등이다.

정부는 '잇단 간담회가 부양책 마련을 위한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인사는 "그동안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며 간담회를 주도하던 정책 당국자들이 이번에는 업계 얘기를 듣기만 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