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전문기자의 IT 집중분석] 페이스북 한국공습…싸이 "안방은 못내줘"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페이스북이 KT와 손잡고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5억명에 가까운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한국시장을 장악하려면 2500만 회원을 선점한 싸이월드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 공교롭게도 싸이월드는 KT의 라이벌인 SK텔레콤의 자회사(SK커뮤니케이션즈) 서비스다. 싸이월드는 과연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한국에 이미 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KT와 제휴함으로써 모바일 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KT는 이번 제휴에 따라 일반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모바일 페이스북'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주요 기능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함으로써 페이스북 친구의 새 글을 확인하거나 댓글을 달 수 있고,댓글 확인도 할 수 있다.

싸이월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맥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에 '공개'를 표방하는 페이스북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에 맞설 전략으로 세 가지를 준비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강화해 젊은 고객들을 붙들고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공개해 모바일 싸이월드를 활성화하며 중장년 고객층을 새 플랫폼으로 흡수한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우선 미니홈피의 유연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새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게 하고 태블릿 등 새로운 디바이스에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미니홈피와 스마트폰을 연동 함으로써 스마트폰용 게임을 미니홈피에서도 즐기게 할 예정이다. 미니홈피를 사파리 크롬 등 다양한 브라우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웹 표준화도 추진키로 했다.

모바일 싸이월드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픈한 모바일 웹사이트는 일주일도 안돼 하루 100만 페이지뷰를 돌파했다. 싸이월드는 작년 말부터 추진해온 API 개방을 이달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협력사들이 이 API를 활용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싸이월드 응용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기존 미니홈피와 별개로 새 플랫폼도 연내에 내놓기로 했다. 20대 중반 이상 연령대에서 미니홈피보다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새 플랫폼에는 기존 미니홈피에 올린 데이터를 쉽게 옮겨올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협력사들이 새 플랫폼에서 게임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페이스북의 한국시장 공략과 싸이월드의 방어.생각해 보면 묘한 반전이다. 싸이월드는 2006년 미국시장에 진출해 싸이월드 국제화를 시도했다. 당시에는 페이스북이 싸이월드의 사이버 결제(도토리) 등을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미국시장 공략에 실패해 올초 철수했다. 이제는 페이스북이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을 벤치마킹하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페이스북의 성장세에는 거침이 없다. 2008년 8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더니 2010년 2월엔 4억명을 넘어섰다. '페이스북 시대'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페이스북은 이 기세로 단숨에 한국 시장에 깃발을 꽂으려 한다.

이에 반해 터줏대감인 싸이월드는 안방만큼은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맞서고 있다. 또 페이스북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싸이월드 르네상스'를 모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