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악성루머…메신저 타고 시장 교란
"북한이 3년 전 동해상에 쏜 미사일이 지난 28일 코스피지수를 흔들었다. " 일부 작전세력이 2007년 5월25일 일본 교도통신의 북한 미사일 발사 보도를 '속보'인 양 퍼뜨려 코스피지수가 한때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악성루머가 판치고 있다. 스마트폰 메신저 등 통신수단의 발달과 주가 급등락에 따른 불안한 투자심리로 루머 효과가 증폭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루머 소재도 각양각색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루머가 증식되기에 좋은 토양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유럽발 금융위기에다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투자자들이 어느 때보다 예민해졌기 때문.지난 17일 지수가 떨어지는 와중에 유포돼 하락세를 더 부채질한 일본 신용등급 강등설이 단적인 사례다. 그리스 사태로 국가 부채가 이슈로 떠오르자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부채가 많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란 게 루머의 핵심.사실무근으로 판명났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44포인트 급락했다.

경제여건이 어려울 때 대규모 인수 · 합병(M&A) 루머는 관련 기업 주가를 끌어내리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올초 GS그룹과 한화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GS와 한화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당시 장중 7%까지 주가가 급락한 한화 측은 "대한생명 상장을 앞두고 누군가 악의적으로 루머를 퍼뜨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침체로 고전하는 건설업계도 루머의 단골 소재다. 4월 이후에만 두산건설과 진흥기업의 자금악화설,남광토건의 워크아웃 추진설 등이 쏟아져 해당 업체는 물론 두산 효성 대한전선 등 모기업 주가까지 끌어내렸다. 최근엔 밥캣 관련 악성 루머로 피해를 입은 두산그룹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시장 감독기관 대응 미흡

증시 루머는 과거엔 '너만 알고 있어' 식의 전화나 이메일이 주된 전파 경로였지만 이젠 메신저를 통해 순식간에 수만명에게 확산되는 '인포 데믹(정보전염)' 단계에 와 있다. 최근에는 기자나 애널리스트를 사칭해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는 등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루머를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처음엔 루머였다 나중에 사실로 판명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떠돌던 대우차판매 워크아웃 돌입설은 결국 현실화됐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 애널리스트들조차 일단 루머가 돌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심정으로 귀가 솔깃해지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장 감독기관의 대응은 거의 전무하다. 루머 유포자가 부당이득을 챙겨도 이를 적발해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루머의 주요 경로인 메신저 통신내역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법적 보완을 통해 루머 유포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 기능을 확대하고,루머 유포자에 대해 확실히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꾸준히 시장과 접촉하며 회사 사정을 열심히 알린 기업일수록 루머가 적고 혹시 루머가 돌더라도 거짓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