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조업철을 맞아 중국어선 수백척이 서해 최북단 해역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조업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단속을 하고 있는 해경과 해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북쪽 150여척, 대청도 동쪽 100여척, 백령도 북동쪽 해상에 50여척의 중국어선이 NLL 근해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NLL 북쪽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중국어선들은 이달 초부터 매일 8~9척씩 선단을 구성, 수평선을 새카맣게 뒤덮고 있다.

연평도에서 꽃게잡이업을 하는 선주 김모(36)씨는 "오늘 이른 아침에 연평도 산에서 북쪽 바다를 바라 봤더니 불과 300여m 떨어진 앞바다에 중국어선들이 떼를 지어 와 있었다"라며 "중국어선이 너무 많고 예전에 비해 배가 크고 성능도 개선돼 해군과 해경도 단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군과 해경은 영해 주권 수호와 어선 어로보호를 위해 합동으로 중국어선을 계속 단속하고 있다.

특히 해경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03년 이후 조업철이면 특공대원 5명을 연평도에 상주시키고 있다.

중국어선에 대한 단속은 레이더로 중국어선의 동향을 상시 파악하는 해군이 해경에 단속작전을 제안하면 남쪽 수역에서 해상치안 활동을 수행하는 해경 경비함정이 북상, NLL 근해에 있는 중국 어선 쪽으로 이동해 이뤄진다.

해경 경비함정에서 고속단정을 내려보내 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동안 해군 함정은 주위에서 북한 해군의 동향 등을 살피며 지원한다.

중국어선들은 낮에는 NLL 이북 해역에 머물다가 날이 저물거나 날씨가 나쁠 때 NLL 남쪽으로 내려오곤 한다는 것이 현지 어민들의 얘기다.

NLL을 넘어 옹진군 섬지역 앞바다에 다가온 중국어선들은 1~2시간 조업하고 북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중국어선들은 바람이 거세게 불거나 파도가 높게 칠 때 NLL을 넘지만 해경 고속단정은 안전 때문에 2~3m 높이의 파도에도 띄울 수 없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이 경우 해경과 해군 함정은 중국어선을 내쫓기 위해 NLL 근해에서 '밀어내기' 작전을 벌이거나 중국어로 경고 방송을 하는 방법이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단속구역이 서해 최북단 해역이어서 천안함 사고로 요즘같이 민감한 시기에는 이 같은 통상적인 작전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어선들이 북한 측에 입어료를 내고 북한 수역에 진입하기 때문에 해경과 해군은 이들이 NLL을 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업무 중의 하나로 꼽힌다.

다행히 올해는 꽃게 대표 산지인 연평도 일대 꽃게 어획량이 크게 늘어 작년에 이어 대풍을 이룰 전망이어서 중국어선들로 인한 현지 어민들의 피해는 예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LL을 넘어 영해를 침범하는 중국어선의 전체 숫자는 이르면 6월부터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수산당국의 방침에 따라 올해는 중국어선들이 지난해보다 15일 정도 이른 6월1일부터 휴어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휴어기에 조업을 하면 중국의 국내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작년에도 6월16일부터 시작된 휴어기를 전후로 1일 250여척에 육박하던 중국어선이 10여척으로 줄어드는 등 중국 어선의 수가 크게 감소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인천해경은 지난해 61척, 올해는 4척의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했다.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