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KIAS) 소속 과학자들에겐 '은둔의 과학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수학 · 물리 · 계산과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지만 외부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강의는 하지 않는다.

현창봉 계산과학부 교수(37)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작년까지 중앙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1월 KIAS로 옮겨왔다. 계산과학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간 융합 학문의 성과를 정밀한 수학 툴(tool)로 분석해 완성하는 영역이다.

현 교수는 최근 윤태영 KAIST 물리학과 교수 등과 함께 '시냅토태그민1'의 기능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세포 내 칼슘 이온이 유입되면 시냅토태그민1이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촉진한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으나 나머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는 칼슘 농도 변화에 따라 신경소포체(신경전달물질을 담고 있는 풍선 같은 구조)가 쏟아내는 신경전달물질이 변하는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현 교수는 헤모글로빈과 산소 결합도 간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툴인 'MWC' 모델이 부합할 것이라고 보고 이를 살짝 비틀어 적용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시냅토태그민1이 신경세포 내 신경전달물질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이 논문은 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