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제2의 네이버, 엔씨소프트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IT벤처 붐을 다시 일으켜 보고 싶다는 얘기로 들린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IT혁명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분야의 규제를 다루는 위원회의 수장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을 방문한 최 위원장은 이동통신사들이 참여했던 코리아 IT펀드(KIF)와 관련해 모바일 벤처를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내년 초 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IT기업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KIF가 이동통신사들의 참여를 통해 모바일 벤처의 견인차가 된다면 이동통신사와 벤처 간 윈-윈을 기대할 수 있고, 우리나라 IT생태계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콘텐츠,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발전에도 적잖은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방통위가 기왕에 모바일 벤처 지원의 의지를 갖고 있다면 한 걸음 더 나갔으면 한다. 펀드나 투자는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하는 것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나 지원 효과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관련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공동의 지원책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모바일 벤처 육성을 위해선 투자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규제문제다. 구글과 애플 같은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투자지원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창의성과 다양성, 개방적 문화, 그리고 경쟁과 협력이 어우러지는 IT생태계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우리에게도 스스로 진화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IT생태계가 절실하다. 방통위가 그런 생태계 조성에 저해(沮害)가 되는 규제를 정비하는데도 적극 나서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