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곽에 대규모로 들어서는 2기 신도시의 아파트 분양 · 입주 시기가 줄줄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 위축과 건설사들의 외곽지역 택지매입 기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위례 · 옥정 · 검단 등 수도권 2기 신도시들이 입주 완료(준공)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1~2년 늦추는 내용으로 개발 및 실시계획을 잇따라 변경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하남 · 성남 일대에 들어설 위례신도시만 해도 최근 입주완료 시기가 당초 2014년에서 2015년 말로 1년 안팎 늦춰졌다. 신도시 내 남성대 골프장 대체 이전지 확보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경기도와 서울시 등 지자체의 개발지분 갈등까지 겹쳐 사업 속도가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나마 소비자에게 예고했던 아파트 분양 착수 시기를 맞추기 위해 신도시를 2개 구역으로 나눈 뒤 다음 달 사전예약을 받는 보금자리주택(2400채)을 포함해 1만330채 규모의 1단계 지역(1.2㎢)만 2013년까지 우선 입주시킬 예정이다. 나머지 2단계 지구 3만5000여채는 2011년 이후 분양을 개시해 2015년이 돼야 입주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총 9만2000여채의 주택이 들어설 인천 검단신도시도 준공 시기가 2014년 말에서 2015년 말로 조정됐다. 아파트 분양 일정 역시 당초 올 하반기에서 2012년 말 이후로 늦춰진 상태다. 특히 국토부는 검단신도시 2지구(6.9㎢)에 대해 오는 3월 지구 지정을 거쳐 연말까지 1지구와 통합 개발 · 실시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지만 1지구 분양 · 입주가 늦어질 경우 2지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아파트 분양 · 입주 일정이 더욱 늦춰질 가능성도 크다.

수도권 동북부지역에 들어설 양주신도시(옥정지구) 역시 입주 시기가 2013년 말로 예정보다 2년 늦춰졌다. 2008년 6월부터 택지가 공급됐지만 1년이 넘도록 절반 이상의 택지가 팔리지 않을 정도로 건설사들의 기피현상이 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로 잡혀 있는 첫 분양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옥정지구와 함께 양주신도시에 속해 있는 회천지구 역시 당초 지난해부터 아파트를 분양하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 토지보상만 완료됐을 뿐 택지는 아직 공급조차 못하고 있다. 옥정지구에 미분양 택지가 많아 추가 공급해도 건설사들이 매입을 꺼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밖에 파주신도시 운정지구와 김포신도시 내 장기지구도 사업 진행이 지연되면서 당초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완공시기를 내년으로 연장했다.

이처럼 2기 신도시들의 사업추진 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작년 경기 위축과 토지보상 지연 등으로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통합공사로 출범한 LH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보상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어 택지공급이나 아파트 분양 · 입주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민간 건설사들도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로 외곽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가 위축돼 있다 보니 2기 신도시 아파트 용지 매입을 꺼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내곡 · 세곡2지구 등 보금자리주택 공급(사전예약)이 1년에 2차례씩 2012년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외곽 신도시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2기 신도시가 단순한 베드타운 기능에서 벗어나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산업시설 등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