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2012년부터 국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면 전문자격사들이 장악하던 유사법률시장 내 생존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공인노무사들의 안방이었던 노동 관련 법률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제 노무법인들도 로펌이나 회계법인처럼 대형화,기업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

6개 노무법인이 하나로 뭉쳐 지난 4일 공식업무에 들어간 노무법인 'U&'의 이근덕 대표(사진)는 통합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에서 노무법인들이 기업형으로 통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에는 위더스 광장 더존 더윌 정안 여명 등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던 노무법인 6개가 참여했고 공인노무사 수는 50명이 넘는다. 지난해까지 규모가 가장 컸던 노무법인은 창조컨설팅으로 노무사가 25명이며,이번에 'U&'에 참여한 위더스는 20명이었다.

이 대표는 "맨파워를 갖춘 노무사들이 한데 모여 기업형 노무법인을 만든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전문화된 서비스를 통해 노사 및 노동 관련 서비스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로스쿨을 졸업하는 변호사들이 배출되면 기존 노무사들이 담당하던 노동 관련 법률시장에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무법인 간 통합이 활발해지고 시장질서가 재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로스쿨을 졸업하는 변호사들이 노무사를 비롯해 법무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들이 일하던 영역까지 손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곧 빅뱅이 시작될 텐데 앉아서 죽을 순 없다. 노무 관련 서비스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법인을 대형화하는 길밖에 달리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법인 규모를 계속 키워 2년 내 공인노무사 수를 100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사업영역은 변호사와 차별화해 노동법률쪽보다는 전문화된 컨설팅과 교육,현장지원서비스쪽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법률시장에선 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며 "노무관리,근로자 복지,산재예방,분쟁예방 등과 관련된 컨설팅과 교육쪽에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에서 민간으로 위탁하는 노동 관련 업무가 많아지는 만큼 이런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 'U&' 출범으로 노무법인들 간 통합논의도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 서울 서남부지역에서 활동 중인 푸른솔과 두레 등을 중심으로 노무법인의 통합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다른 군소 법인들도 통합을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노무사 간,노무법인 간에 합종연횡식 '헤쳐모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이 대표는 내다봤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1350명의 공인노무사들이 개업한 상태며 서울에만 850명의 노무사가 몰려있다. 지방에서 영업 중인 노무법인들은 노무사 1~3명 규모의 군소 법인이 대부분이다.

글=윤기설 노동전문기자/사진=강은구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