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인근 그린벨트 지역.대부분이 농지인 이곳은 비닐하우스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3차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유력 후보지다. 이곳과 맞닿은 수서동,세곡동 일대가 최근 1~2차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되면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수서동에서 10년 이상 영업해온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들어 못 보던 비닐하우스가 많이 생겼다"면서 "대부분 보상을 노린 투기 행위지만 아직 지구 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조차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2~3곳의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추가로 지정,1만2000여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나온 이후 지구로 지정하기도 전에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서초구와 경기도 과천 일대에는 투기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수서동 일대 그린벨트가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 것은 지난 6월 말 SH공사가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조사설계 용역을 발주하면서부터다. 당시 공사는 강남구 133만㎡,강동구 94만㎡,구로구 60만㎡라고 지역과 규모를 담은 발주 지침을 홈페이지에 명시했고,곧 구체적인 지역에 대한 추측이 나왔다. 수서동은 물론 구로구 항동,강동구 강일3지구 등이 유력 후보지로 꼽혔다.

수서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 주민들은 지구 지정은 거의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비닐하우스 내부에 주거시설을 설치하거나 이미 만든 비닐하우스를 암암리에 불법 거래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주거시설이 갖춰진 비닐하우스 한 채당 매매가격은 6500만원에 달하고 있다. 3.3㎡당 150만~200만원에 불과했던 농지 가격도 불과 1년 새 300만~350만원으로 치솟았다.

강남 · 서초구는 1~2차 보금자리주택 지구인 세곡1,2지구 등에서는 투기 단속을 벌여 35건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지만 후보지에 대한 당국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합동 투기단속반을 구성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지구 지정이 안 된 지역의 경우 비닐하우스 내 새로 주거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만 제재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