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시장에 과거 써먹었던 규제를 다시 내놓는 '리메이크(부동산 규제)' 바람이 불고 있다. 신인가수(정권)가 내놓은 리메이크 치고는 참신성이 떨어진다. 길게는 7년,짧게는 3년 전에 들어본 곡들인데도 편곡의 긴장감이 떨어진 탓에 이번 '샘플곡(대출규제,전세임대소득세,주택거래신고제)'은 박자나 리듬에서 필(feel)이 안 느껴진다. 벌써부터 인기(약발)가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갑자기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같은 대출규제와 주택거래신고제 확대 등 '규제 리메이크'에 나선 이유는 최근 석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서울 · 수도권 집값 오름세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주택가격 움직임이 주요 원인이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오를 것 같지 않던 강남권 집값이 단기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3.6%나 올랐다. 주간 상승률로는 17주 연속이다. 잠실 반포 등 강남권 3개구의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은 무려 15.1%에 달했다.

서울 · 수도권 집값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과 투자자,정부 모두 헷갈려하고 있다. 대세상승의 징조냐,아니면 반짝상승에 그치고 다시 침체기조로 되돌아갈 것이냐를 두고 갈린다. 대세상승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전문가들은 만약 2000년 초반의 대세상승기와 비슷한 것이라면 대출규제 확대 정도로는 선제대응 효과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히트곡'으로는 2개가 있다. 하나는 시장을 활성화(과열)시키는 데는 수급불균형 · 유동성 · 저금리 · 규제완화 등 네 가지로 짜여진 속칭 '네박자 쿵짝'이다.

지금까지 참여정부를 포함해 세 번의 집값폭등 · 과열시기가 있었다. 이 때도 어김없이 이 곡이 공전의 히트를 했다. 기간도 3~5년씩으로 '롱런'했다. 최근 서울 · 강남권 급등도 '네박자 쿵짝'이 리메이크됐다.

또 하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히트곡도 있다. 1967년 박정희 정권 때부터 나온 곡(부동산 투기억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원조다. 역대 정권들이 다양한 리메이크곡을 발표해왔다. 핵심은 전매금지 등 부분적인 소유 · 유통규제,세금규제,가격규제 등 세가 지다. 참여정부 때는 무려 열네 번의 리메이크곡이 등장했지만 '네박자 쿵짝'에 눌렸다.

한번 불이 붙은 부동산 가격은 네 박자의 요인이 빛을 잃을 때까지는 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 태도를 보면 뭔가 허전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규제작전에 돌입하라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을 치밀하게 분석하고,대응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카드를 정색하고 꺼내기가 민망한 측면이 있긴 하다. 1년 전에 쏟아냈던 많은 규제완화 명분들이 맘에 걸리고,주택도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부분도 신경이 쓰일 터다.

그래도 부동산시장 규제는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이어야 시장이 안정된다.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에 매달리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과열조짐을 보일 때 머뭇거리다가는 참여정부 당시의 악몽을 겪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경제살리기와 서민경제대책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

박영신 건설부동산부 차장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