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최모씨(56)는 얼마 전 김포시 고촌면 구릉지를 10억원(3.3㎡당 70만원)에 매입했다. 그는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세차익을 보기 어렵다"며 "토지의 경우 2년여 동안 내림세가 지속된 상태여서 잘만 고르면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김모씨(45)도 강원도 동홍천 임야를 3억원(3.3㎡당 5만원)에 샀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보존관리지역인 데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으로 향후 땅값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14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주택투자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마땅한 수익형 부동산을 찾지못한 '큰 손 투자자'들이 틈새 투자처로 개발호재 지역의 토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의 경우 침체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일수 기업은행 PB고객부 부동산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건 정도에 그쳤던 토지투자 문의가 지난달부터 3~4건으로 늘었다"며 "주택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주택투자에 부담을 느낀 '큰 손'들이 실물자산 쪽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비농업인의 한계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농지법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구릉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평균 경사율이 15도 이상인 한계농지는 농사를 지어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한계농지의 소유 · 거래제한을 폐지하고,전용절차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 호재도 한몫했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지난 한 달 동안 토지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모아서 '토지투어'를 진행했다"며 "특히 가평,홍천 지역 땅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최근 토지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물건은 대부분 5억~10억원 선으로 땅 투자치고는 소규모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