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4구역에 대한 관리처분계획 취소 및 처분집행 판결은 비슷한 분쟁을 겪고 있는 다른 재개발지역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공비 인상에 반대하는 소송 사태가 빚어질 경우 재개발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곳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아현4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때보다 공사비가 65%나 늘어났는데도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과반수 동의를 받은 것은 잘못됐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34조에 따르면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 금액의 변경'은 조합원 총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지만 동의 비율은 정관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조합들이 '과반수 동의'로 주요 안건을 처리하는 게 관행화돼 있다.

하지만 조합원 재산권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올 내용을 과반수 동의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 경우 조합설립인가 요건처럼 조합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에서도 지난 2월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동의 요건을 강화하라는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한모씨(61) 등 2명이 반포주공 3단지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장 선임결의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였다. "재건축 결의에서 정한 비용 분담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재적조합원 3분의 2 이상 출석에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지 않고 조합원 53.4% 찬성으로 의결한 것은 무효"라는 취지였다.

문제는 재개발 · 재건축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 같은 수준의 주민동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조합원 동의 비율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이 지연될 경우 이에 따른 피해는 조합원 몫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현4구역 주민들도 관리처분계획 취소로 이주 · 철거 · 착공 · 분양 등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것 외에 매월 10억원 안팎에 이르는 이자 부담이 더욱 커져 결국 조합원 부담(분담금)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회복을 위해 재개발 · 재건축 규제완화를 서둘렀던 정부도 난처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규제를 풀더라도 주민동의요건이 강화될 경우 기대만큼 완화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서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 재건축조합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난립 등 주민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주민동의 요건이 강화될 경우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곳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