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를 탄다고? 그거 동물학대 아닌가?"

순전히 오해다. 타조의 가녀리고 긴 목만 보고 속아넘어가면 안된다. 사실 타조는 키 2.5~3m,몸무게 120~200㎏을 자랑하는 거구다. 삭막한 사막에서 살아남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며,평균 수명은 70~80년으로 십장생의 하나인 사슴보다 3~4배는 더 오래 산다. 실제 우람한 타조를 가까이서 보면 상상과 꽤 다르다.

타조 타기 체험을 위해 찾은 경기도 화성시의 타조사파리(www.ostrichsafari.com).늘씬한 목덜미를 길게 늘인 타조 100여마리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았다. 이곳에는 타조 타기뿐 아니라 타조 관찰,먹이주기,타조알 볼링 등 타조와 함께 하는 여러가지 체험코스가 준비돼 있다.

이 중 가장 흥미를 끄는 체험은 뭐니뭐니해도 타조 타기.타조를 타고 타원형 코스를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타조타기의 첫 번째 단계는 타조의 작은 얼굴을 눈가리개로 덮는 것.타조가 방향감각을 잃은 뒤에야 순순히 사람 태우는 걸 용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조 등에 안장이 얹혀있지 않으므로,타조의 등 중앙보다 약간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 다리로 타조의 배를 감싸고 자세를 잡아야 한다. 그 다음에 고삐 대신 타조의 양 날갯죽지를 꽉 움켜쥐면 준비 완료다. 눈가리개를 벗기는 순간 타조는 맹렬하게 앞으로 달려간다. 타조는 날지 못하는 대신 시간당 70~80㎞를 뛰는 '달리기 선수'다.

50m남짓 코스는 짧아 보이지만,달음박질치는 타조 등 위에서 느끼는 '체감 거리'는 제법 길다. 타조 등 위에서 떨어져 땅바닥으로 볼썽사납게 나동그라지는 불상사를 예방하려면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고 날갯죽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타조가 안쓰러운 마음에 날갯죽지를 놓았다가는 바로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떨어진 사람을 비웃듯 긴 목을 휘돌리며 재빠르게 도망치는 타조의 뒤꽁무니를 올려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미한 생채기나 살짝 든 멍도 훈장처럼 남는다. 낙법에 따라 환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미양 대표는 "타조 타기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잘 하고 재미있어한다"면서 "타조 날개를 놓치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날개를 우악스럽게 붙들어도 타조의 건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타조 뼈의 골밀도는 상당히 높아,뼈가 잘 부러지지도 않을 뿐더러 부러진다 해도 그 부위를 잘 싸매주면 하루이틀 만에 다시 붙는다고 한다. 또 코스 옆에 안전벽을 세워놓고 옆에 도우미가 따라가기 때문에 떨어진다 해도 크게 다칠 위험은 없다.

타조에 탈 수 있는 신체조건은 까다롭지 않지만,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비교적 순한 암컷 대신 더 힘이 세고 다루기 까다로운 수컷을 타야 한다. 무거운 사람이 올라탔을 때 마침 타조의 심기가 불편하다면 중간에 가다가 주저앉아버리는 민망한 사태가 간혹 벌어질 수 있다고.타조를 타지 않더라도,타조 위에 걸터앉아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곳곳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타조를 관찰하는 일도 흥미롭다. 타조는 어릴 때에는 색이 비슷하지만,성장하면 암컷은 암갈색으로 수컷은 검은색으로 털색깔이 변해 구분이 쉽다. 또 수컷은 부리와 다리가 붉다. 태어난 지 3~5년이 지나면 번식기를 맞는데,암컷은 일어서서 날개를 탁탁 털고 수컷은 주저앉아 구애춤을 추면서 짝짓기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린다. 마침 봄은 이들에게도 사랑의 계절이라 짝짓기에 몰두하는 타조들도 가끔 눈에 띈다.

타조에게 먹이를 주며 가까이서 구경할 수도 있다. 호기심 많은 타조는 사람이 우리 가까이로 가면 구슬처럼 맑고 큰 눈을 굴리며 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달려온다. 손바닥 위에 사료를 올려놓거나 손에 풀을 들고 있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는데,부리가 뭉툭해 아프지 않고 이빨이 없기 때문에 물릴 염려도 없다. 또 혀가 없어 먹이를 준 후 축축한 기운이 남지도 않고,성대가 없어 부리를 딱딱 부딪치는 소리 외에는 조용한 편이다.

이달 말부터는 갓 태어나 보송보송한 어린 타조들도 볼 수 있다. 타조는 알을 깨고 처음 나왔을 때 메추리만하지만,1년 새 성장을 끝마칠 만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고 한다. 또다른 이색 체험은 타조알 볼링.두 손으로 받쳐들어야 할 만큼 큼직하고 묵직한 타조알을 잔디 위에 놓여진 볼링 핀을 향해 굴리는 게임이다. 타조알을 직접 만져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 나들이 Tip]

타조사파리는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독정리 산74번지에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발안 IC에서 우회전해 조암 방향으로 3㎞ 달린 뒤,용정가든 삼거리에서 독정리 방향으로 좌회전해 2㎞를 더 간다. 그 다음 다리를 지나고 대영슈퍼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풍무교가 나오고,이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타조사파리 간판이 보인다. 이 간판을 따라 우회전해 들어오면 타조사파리다.

타조 먹이주기,타조알 볼링 등 기본 프로그램 이용 가격은 1만원이며,여기에 타조 타기나 말 타기를 추가하면 1만3000원이다. 타조 타기와 말 타기만 별도로 하려면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며,매주 월요일은 휴일이다. (031)351-8528,7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