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베이가 6개월이 넘는 줄다리기 끝에 국내 오픈마켓 1위인 G마켓 인수를 확정함에 따라 국내 온라인시장에 연간 거래 규모 7조원짜리 '공룡'이 탄생한다.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인 존 도나휴 회장은 지난 7일 한국을 방문,G마켓 대주주인 인터파크와 지분 매각협상을 타결 짓고 15일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옥션+G마켓,경쟁자에서 동반자로

이베이는 이미 국내 오픈마켓 2위인 옥션(지분율 99.9%)을 보유하고 있어 G마켓 인수로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이베이가 지배하게 된다. 지난해 G마켓(3조9860억원)과 옥션(3조1000억원)을 합친 거래액은 7조원을 웃돈다. 이는 오픈마켓의 90% 이상이고,전체 전자상거래(19조~20조원)에서도 30%를 웃도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G마켓 · 옥션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줄면서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이베이가 당분간 옥션과 G마켓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 사이트 통합 또는 합병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양사 회원도 종전처럼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원 대부분이 양사에 중복 가입한 상태인데 한 사이트로 통합되면 양사 회원들이 아이디 통합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휴면 아이디나 복수 가입 아이디가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점 횡포' 우려도

이베이는 G마켓 인수로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옥션 인수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1위인 G마켓까지 인수할 땐 상황이 달라진다. 옥션 관계자는 "G마켓이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판매자들은 해외로 판로를 확대하고,소비자들은 해외 상품을 G마켓,옥션을 통해 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돼온 고객서비스도 강화돼 홈쇼핑,종합 온라인쇼핑몰 등에 맞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독점 형태인 만큼 판매자에 대한 횡포가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점유율 7%인 11번가 외에는 별다른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문 계명대 교수(경영정보학)는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간 판매수수료 인상 금지 등의 조건을 붙여 G마켓 인수를 허용했지만 3년 뒤에는 각종 수수료 인상,상품가격 조정,타 사이트 판매 금지,광고비 요구 등 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탄 확보한 인터파크 행보는

이번 G마켓 지분 매각으로 5000억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된 인터파크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인터파크는 G마켓 지분 매각대금으로 신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하지만 구체적 신사업 모델이 무엇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일각에선 도서 · 티켓 · 여행 등 기존 사업 강화에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연 · 티켓과 여행사업은 현재 인터파크가 시장점유율 1위인 데다 발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