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소형 의무비율을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소형 가구가 없는 강남구 대치은마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중층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은 앞으로 사업 추진에 애를 먹게 됐다.

서울시는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지을 때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을 전체 가구수의 20% 이상 짓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9일 입법예고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에 대한 의무비율을 따로 두지 않고 85㎡ 이하 주택만 60% 이상 짓도록 규정했다. 당초 60㎡ 이하 소형 주택을 20% 이상 짓도록 한 소형 의무비율을 대폭 완화해준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반적으로 소형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며 이번 조례 입법예고안에서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 놨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건설경기 부양도 좋지만 최근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등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칫 소형 의무비율을 완화할 경우 소형 주택 공급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어 기존 비율을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남구 대치은마 · 선경 · 우성아파트,압구정 현대아파트,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신천 장미아파트 등 소형 가구가 없는 중층 재건축 단지들은 앞으로 사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또 강남구 개포주공이나 송파구 가락시영 등 저층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형 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이들 재건축 단지에서 소형 의무비율을 지키려면 수익성이 낮아져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이 커지게 된다"며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높인다 해도 높아지는 용적률의 30~50%는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해 재건축에 동의하는 입주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서울시가 올해 초 압구정지구에 대해 초고층 통합 개발을 허용하겠다며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사실 지금도 중대형 주택에 살고 있어 크게 아쉬울 게 없는 이곳 주민들로서는 반대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며 "서울시가 소형 의무비율까지 그대로 묶어둔 채 이곳을 재건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B공인 관계자도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