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매기는 신용평가 가산점
全임원 동원 점수따기 총력전


"제발 5점만 더…."

건설사들이 5점에 목숨을 걸고 있다. 사실상 '살생부'인 채권금융기관의 신용위험평가에서 가산점 5점을 더 받기 위해 사운을 걸고 뛰고 있는 것.

8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주채권은행들이 9일까지 건설사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주말부터 다른 채권금융기관들과 협의를 시작키로 함에 따라 중견 건설업체들이 퇴출을 피할 안정적 점수를 얻어내기 위해 피말리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1~5점의 근소한 점수차로 청산(D등급,60점 미만)이냐,워크아웃(C등급,60점 이상~70점 미만)이냐의 갈림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대상인 92개 건설사 가운데 20여개사가 C등급 이하를 받을 것이란 흉흉한 소문마저 나돌고 있어 긴장감은 더하다.

중견업체들은 주채권은행을 '밀착 마크',가산점을 끌어내는 데 올인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에 회사 경영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읍소작전에 나서느라 전 경영진에 초비상이 걸린 곳이 적지 않다. 한 주택전문 건설업체는 지난 6일부터 매일 오전 7시에 사장과 기획실장,재무실장 등이 모여 '자금 전략회의'를 연 뒤 채권은행 관계자들과 맨투맨으로 접촉하고 있다. 분양률과 자구계획,우발채무 변동 상황 등을 설명하느라 하루를 허비하기 일쑤다. 은행 담당자들을 아파트 공사현장까지 '모시고' 가 공사 진척 상황과 중도금 납입 상황 등을 보여주며 '현장실사'도 재촉한다.

한 임원은 "신용위험평가표가 그룹을 끼고 있는 대형 건설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며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중견업체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거로운 기업실사도 반겨맞는다.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한 건설사는 협약 가입 이후 기업실사를 한 차례 받았지만 신용위험평가를 위한 실사 TF팀이 다시 나오자 '이게 웬 기회냐'며 재무팀이 며칠 동안 밤샘하며 실사를 도왔다. 그룹 내 출자회사의 부실 문제로 '그룹 리스크'에 시달려온 한 건설사는 "여차하면 그룹 내 금융사가 우리 회사 자산을 매입해 줄 수도 있다며 채권은행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급순위 20위 내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이름 빼고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킨다는 방침을 채권은행에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업체는 "임원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오너가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