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직접 쓰지 않았거나 도장을 찍지 않은 유언장은 무효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1일 백모씨가 "'주소의 자필기재'와 '날인'을 자필 유언장의 유효요건으로 규정한 민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이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유언장에 도장을 찍는 것은 이해 당사자들간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필로 주소를 적는 것도 유언자가 직접 유언장을 작성했음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백씨는 할아버지가 부동산 등 일체의 재산을 자신에게 상속한다는 자필 유언장을 남기고 사망하자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등을 제기했다. 1ㆍ2심은 그러나 "유언증서가 할아버지의 것이라고 볼 만한 날인(도장) 또는 무인(지장)이 없고 주소 역시 직접 쓴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백씨에게 패소 판결을 했다. 백씨는 이에 불복,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위헌결정을 받아내지 못했다.

유언장에 관한 분쟁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는 민법이 규정한 유언장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현행 민법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 방식에 의한 유언만 인정하고 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자필유언은 전문을 직접 써야 하고 작성한 날짜와 이름,주소를 쓴 뒤 마지막으로 꼭 자필로 서명하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무효가 된다.

실제로 복지사업가인 김모씨의 유언으로 123억원을 기부받은 연세대가 자필서명 등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도장이 찍히지 않은 유언장 때문에 기부금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다. 법원은 "도장이 없다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헌재도 "자필서명만 있는 유언은 위ㆍ변조 위험이 크고 인장은 동양문화에서 문서의 완결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