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건설 6곳 재개발 · 재건축 894가구 내년으로

삼성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아파트 분양을 연기하고 있다. 이들 대형사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분양물량을 내년으로 넘겼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주택시장이 사실상 '암흑기'로 빠져들어 수도권 요지에 있는 단지라도 분양성공을 장담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건설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일반분양 38가구)를 비롯해 이달 중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공급하려던 6개 래미안아파트 단지의 분양을 모두 내년으로 미뤘다. 삼성이 이런 식으로 아파트 분양을 무더기로 연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분양일정이 늦춰진 단지는 래미안공덕5차 외에 △래미안신당2차(신당6구역) △래미안금호2차(금호19구역,34가구) △래미안본동2차(본동5구역,244가구) △용산4구역 재개발 아파트(이름 미정,135가구,삼성·대림산업·포스코건설 공동 시공) △래미안의왕(의왕시 내손동,156가구) 등이다. 이들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모두 894가구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최근 경기상황이 좋지않고 주택 분양시장도 극도로 침체돼 있어 불가피하게 이달로 잡혀 있던 분양일정을 연기했다"며 "내년 2월 이후에나 분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건설의 올해 아파트 공급실적은 연초에 세운 목표를 크게 밑돌게 됐다. 연초 목표는 1만633가구였지만 지난달까지 실제 공급한 물량은 3969가구(일반분양 1053가구)로 목표치의 37.3%에 그쳤다. 여기에는 분양이 연기된 물량 외에 일부 신도시 등 사업 자체가 뒤로 미뤄진 곳도 포함돼 있다.

다른 대형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GS건설은 올해 잡혀 있던 2개 단지의 분양을 내년으로 넘겼다. 당초 연말에 분양할 예정이었던 경기 용인 신봉자이6차(299가구)를 내년으로 늦췄다. 최근 용인 주택시장 분위기가 극도로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또 대림산업과 공동으로 재건축 시공을 맡은 수원 권선구 권선주공 1754가구 중 411가구의 일반분양도 내년으로 연기했다. 악화된 주택시장 상황 외에 분양가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측의 마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인천 서구 신현동에서 코오롱건설과 함께 시공하는 신현 e-편한세상(총 3331가구 중 일반분양 1116가구)의 분양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대우건설의 경우 올해 초 26개 단지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6개 사업을 내년으로 이월시켰다. 이 중 수도권 분양물량은 모두 재개발단지로 △아현3구역(일반분양 413가구) △효창3구역(일반분양 141가구) △인천 부평 산곡1구역 (일반분양 385가구) 등이다. 포스코건설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올 하반기에 분양 예정이었던 더샵센트럴파크Ⅲ 주상복합아파트(460가구) 공급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다시 잡았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건설사에 이어 대형사조차 수도권 요지의 알짜 단지 분양을 연기한 것은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브랜드를 가진 건설회사들이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내놓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마저 분양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었다"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시절도 끝났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