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한파에 분양시장 '이변' 속출

극심한 부동산 불황에 일반 상식과 거꾸로 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아파트 분양 계약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계약금 비중 높이기(건설사) △분양 강행(건설사) △브랜드 무시(수요자) 등을 '3대 이변'으로 꼽았다. 소비자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연말 주택분양시장 이변을 소개한다.

계약금 비중 높여

경기침체로 5%까지 떨어졌던 아파트 계약금 비중이 최근 일부 단지에서 20%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 미아뉴타운 두산위브,인천 청라 20블록 호반베르디움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 속락으로 아파트를 해약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건설사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약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가 중도금까지 넣었을 경우 시행(시공)사는 대개 해약에 동의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가 '중도금 이자 후불제 등으로 내돈이 안 들어갔으니 알아서 하라'며 버틸 경우가 문제다. 건설사로선 계약금을 20%까지 챙겨놔야 입주 예정자가 해약을 재고하게 되고 수십억,수백억원대에 이를 우발적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미분양 아파트인 서울 상도동 해모로,경기 용인 래미안 동천 3블록,용인 죽전 월드메르디앙이 계약금 비중을 20%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분양 안돼도 강행

토지공사가 땅을 사주겠다는데도 건설사들은 분양을 강행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토지공사에 땅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시행사가 있는 경우 이들에게 사업포기 대가로 50억~100억원을 줘야 땅매각에 동의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때문에 토공에 들어온 시행ㆍ건설사들의 아파트부지 매입 신청도 저조하다. 지난 한 달간 1652억원(16건)으로 당초 계획한 2조4000억원의 6.8%에 그쳤다.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도 문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분양한 단지의 경우 분양을 미루면 매출을 올릴 수 없고 매달 수억원의 이자만 물어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행사 입장 때문에 분양을 예정대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일단 부딪혀 보고 죽더라도 죽자는 분위기"라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아파트 브랜드 안 따져

주택 수요자들은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더라도 탄탄한 중견사 분양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 인천 청라지구 분양에 성공한 호반건설,경기 남양주 호평과 동탄,이천 등지에서 좋은 분양 실적을 올린 동양건설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허술한 대형 브랜드 아파트보다 유망 택지지구의 견실한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