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만큼 다양한 생선이 잡히는 나라도 드물다. 도루묵처럼 유래가 널리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무수한 생선이 잡히다 보니 그 이름의 유래를 정확히 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친 바다에서 평생을 산 뱃사람들의 삶이 생선 이름에 투영된 것일까. 생선 이름은 대개 딱딱한 학술용어가 아니라 친근한 우리말이 많다.

매운탕으로 일품인 '삼식이'는 표준어로 '삼세기'지만 전라도 방언인 삼식이가 훨씬 귀에 익숙하다. 강원도에선 '삼숙이',경남에선 '탱수'로 통하는 이 생선은 '아귀'와 더불어 가장 못생긴 추어(醜魚)로 꼽힌다.

전라도에서 '겉은 좀 어벙하고 거시기하지만 속은 꽉 찬 사람'을 가리켜 '삼식이'라 부르는 데서 붙여진 것.

'임연수어'는 사람 이름이 생선명으로 굳어졌다는 게 정설.옛날 함경북도에 임연수(林延壽)란 어부가 바다에 나가기만 하면 이 고기를 많이 잡아왔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금구이를 하거나 튀기면 껍질 맛이 일품이었다. 주위에 "임연수가 낚은 고기"라고 전해지다가 그의 이름이 아예 생선명이 됐다.

옛 어부들은 길이 1m가량인 거무스레한 물고기가 바닷속을 휘젓는 것을 보고 곰 같다 해서 '곰치''물곰'이라고 불렀다. 그리스.로마에선 곰치의 흉폭함을 이용,죄인을 항아리 속에 곰치와 함께 넣어 처벌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자어에서 유래한 이름도 있다. 꽁치는 본래 '공어(貢魚)''공치어(貢侈魚)'로 부르다 한글로 '공치→꽁치'가 됐다. 갈치는 도어(刀魚)가 '칼치→갈치'로 바뀐 것이다.

배영희 오산대 교수(호텔조리과)는 "옛 사람들이 지은 생선 이름이 지금도 통하는 것은 그 생선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재밌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