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가격 역전…용인도 의정부보다 싼 매물 나와
분당 아파트가 평촌보다 싸네!
"분당이 평촌보다 싸다고요?"

경기 안양 평촌 귀인동 현대홈타운 109㎡(33평)형에 사는 K씨는 최근 분당 집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사는 곳에는 5억원 미만 매물이 없는데 분당에서는 같은 크기의 아파트 급매물이 4억6000만원에 나왔기 때문이다. K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매입 의사를 타진했지만 아쉽게 포기해야 했다. 부동산 거래 침체로 자신이 사는 집을 곧바로 팔기 힘들었던 것.

분당과 용인에서 집값이 급락하면서 평촌과 의정부보다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부 급매물에 한정된 현상이긴 하지만 매매호가와 달리 실제 거래되는 급매물 가격을 시세로 볼 경우 그동안 한 수 위로 여겨졌던 동네의 집값이 싸지는 '집값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집값 역전

9일 부동산중개업소와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올 들어 집값이 뒤집어진 대표적인 지역은 분당과 평촌.분당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109㎡형은 최근 4억9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분당에서는 요즘 4억6000만원대의 '급급매물'도 이따금씩 등장한다. 이에 비해 평촌 귀인동 현대홈타운 109㎡형은 5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5억원 미만의 급매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분당구 수내동 그랜드공인의 정봉규 대표는 "분당 핵심지역인 서현·수내·정자동의 102~105㎡(31~32평)형 아파트의 경우 5억원을 밑도는 급매물만 거래된다"며 "급매물을 기준으로 하면 평촌은 물론 서울 강북 인기 지역보다 싸다"고 말했다. 평촌 귀인동 우리공인 관계자는 "분당에서는 165㎡(50평)형 아파트가 7억5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오지만 평촌에서는 9억원대가 급매물"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남·북부의 대표적 도시인 용인과 의정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용인 동백동 백현마을서해그랑블 109㎡형이 3억2000만원,상현동 만현마을10단지 아이파크 115㎡(35평)형은 3억1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이에 비해 의정부 호원동 현대아이파크 112㎡(34평)형은 시세가 4억2000만원,간혹 나오는 급매물도 3억원대 중반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현대1차 102㎡형의 급매물 시세는 5억원으로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109㎡형 가격과 같아졌다. 도봉구 현대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5억~5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5억원을 밑도는 급매물은 없다"고 전했다.

◆왜 역전됐나

분당·용인·송파 지역은 그동안 집값 거품이 많이 낀 데다 다른 지역보다 공급 물량도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평촌·의정부·도봉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올랐고 거품도 많지 않았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분당이나 용인 등지에서 대박을 노리고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물론 매매호가를 기준으로 한 평균 집값은 분당·용인·송파가 평촌·의정부·도봉보다 높다. 하지만 이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집값이 급등했던 2006년 말과 현재(2008년 11월7일)를 비교하면 용인과 의정부 집값(3.3㎡당 평균가격) 차이는 507만원 줄었다.

특히 용인 집값(3.3㎡당 1122만원)은 올 들어 노원(1288만원)·도봉(1188만원)·강북(1184만원) 등 '노·도·강'에 역전됐다. 작년 말만 해도 용인은 3.3㎡당 1223만원으로 노원(1039만원) 도봉(971만원) 강북(1017만원)보다 훨씬 높았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