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을 둘러싸고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마이웨이(My Way) 행진을 고집하고 있다. 급기야 국토부가 시에 위임했던 권한을 회수해 버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토부는 3일 발표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일률적으로 50%포인트 높여주기로 했다. 그동안 용적률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은 서울시에 위임돼 있었다. 시는 도시 미관을 위해 그동안 법령에서 정한 것보다 40∼70%포인트 낮게 용적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발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입장차가 생겼다. 국토부는 주택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에 용적률을 올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시는 불가(不可)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토부는 용적률 결정권 자체를 시로부터 빼앗아 버렸다. 재건축 용적률을 법령에서 직접 정하기로 한 것이다.

오 시장은 취임 이후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용적률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디자인이 우수하거나 에너지 절감형 아파트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디자인 10%포인트,친환경 5%포인트)를 부여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로 인해 2년 이상 일관되게 추진되던 오 시장의 정책은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되게 생겼다.

그동안 국토부와 서울시가 주택정책에서 사사건건 부딪쳐 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국토부가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자 오 시장은 국감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서로 간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청와대와 직거래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가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입이 나와 있다.

현 시점에서 주택경기 활성화(국토부)도,도시미관 개선(서울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서로 간 대화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궁리를 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서울의 난개발이 한층 심화돼 도시 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조성근 사회부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