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계는 초토화됐다. 매매 계약서 쓰는 법을 잊어먹을 정도로 언제 계약을 했는지 모르겠다. " "지금 부동산 경기는 단군 이래 최악이다.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개점휴업 상태로 아사 직전에 있다.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의 '회원광장'에 올라온 부동산중개업자들의 하소연들이다. 부동산 거래가 격감하면서 전국 중개업소의 3분의 2가 '개점 휴업' 상태다. 서울만 보면 10곳 중 9곳이 일손을 놓고 있다. 가을 이사철 특수 따위는 이미 잊은 지 오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 불황은 계절적 요인을 무색케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을 꽁꽁 얼려놓았다.

15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9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및 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2만5639건.60일 이내에 신고토록 하는 만큼 여기에는 7,8월 계약분도 포함돼 있다. 8월 신고분(2만7233건)보다는 5.9%(1594가구),작년 동기(2만9966가구)에 비해서는 14.4% 급감했다. 2006년 1월 실거래신고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실상 최저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2006년 1월(9467건)보다 많지만 당시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데다 전달에 거래된 주택은 신고하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1643건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가장 많았던 4월(7870건)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조사 방식과 기준의 차이로 국토부 통계와는 좀 다르지만 한국토지공사가 자체 집계한 내용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531건으로 1998년 2월(4972건) 이후 최저치다. 1998년 8월엔 9999건이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최근 거래량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거래 격감 폭탄'을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고스란히 얻어맞아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의 중개업소 수는 8만3786개.9월 신고된 거래량(2만5639건)의 3배를 웃돈다. 3분의 2 이상이 '한 건도 못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에만 2만5211개의 중개업소가 있는데 9월 거래량은 1643건에 그쳤다. 2만3568개 업소가 단 한 건의 매매도 중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10개 중 9개 이상(93.5%)이 일손을 놓은 셈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2072개의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강남구의 경우 거래건수가 207건에 불과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5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반 동안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B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야간 대리운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이마저 경기불황으로 손님이 줄어 수입이 신통치 않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전국에서 폐업한 중개업소가 1416곳.서울에서만 지난달 463곳이 문을 닫는 등 올 들어 4839곳이 간판을 내렸다. 아파트 거래 위축은 부동산 중개업소뿐 아니라 연관 업종까지 강타,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거래 위축은 이삿짐센터와 도배업체,가구회사는 물론 건설사와 시행사 등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정호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