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값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어요. 집값이 향후 10년 동안 반토막날 수도 있습니다. " "삼성전자 주가 떨어지듯이 경기침체로 집값도 함께 떨어지는 것뿐입니다. 외환위기 이후처럼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

부동산 대폭락은 과연 올까. 이른바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부동산 대폭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침체,금리상승에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금융 허리케인'까지 겹치면서 나온 전망이다. 반면 집값이 향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발간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의 저자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전 서울시 정책전문관)과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부동산대학원장)를 초청,8일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부동산 대폭락 오나'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부장(사회)=한국 집값은 현재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과연 대폭락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선 부소장의 저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를 보면 향후 10년 사이에 사실상 집값이 반토막나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요.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한국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2000~2001년 1차 폭등기를 거쳐서 2005~2006년 2차 폭등기를 지나며 거품이 잔뜩 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2000년대 들어 달러 유동성 확대로 미국과 유럽,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에서 집값이 급등했습니다. 지금은 그 거품이 꺼지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 아닙니까.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은행 통계를 바탕으로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한 실질가격주택지수에 따르면 1991년 145로 정점이었던 지수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엔 거의 절반인 85로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도 향후 10년 동안 실질가격이 반토막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자산의 가격이 내재가치를 초과했을 때 거품이라고 하는데 현재 집값 하락은 내재가치 하락이 아닌 경기침체 때문입니다. 모든 종류의 자산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요즘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이를 두고 거품이 꺼진다고 말하지는 않지요.

◇선 부소장=자산가격이 가계소득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면 거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를 직접 계량화해 측정하기는 힘들지요. 대신 간접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 실질소득이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70%가량 늘었습니다. 반면 수도권 집값 상승은 이를 훨씬 상회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는 2001년 1억50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400%인 6억원이 넘어요. 수도권 집값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손 교수=통계를 보면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기 힘듭니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 통계에 따르면 1995년의 명목주택가격지수를 1로 했을 때 10년 후인 2005년 전국 지수는 1.3,많이 올랐다는 강남도 1.8에 불과합니다. 소득 상승을 고려하면 강남 집값은 실질적으로 10% 오른 데 불과합니다. 과연 이를 두고 거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선 부소장=주택가격 통계를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샘플을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상을 봐야 합니다. 멀리 1995년까지 갈 것 없이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조차 2배 이상 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손 교수=거품이 있는지 아닌지를 따지려면 단순히 집값 상승률뿐만 아니라 거품으로 추정되는 징후들이 나타납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죠.1980년대 말 집값이 급등할 때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마구 빌려줬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을 대상으로 취급되는 모기지) 사태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매수하는 집의 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대출비율)과 DTI(연소득 대비 대출비율) 규제가 엄격해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죠.

◇사회=그렇다면 한국은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가 터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선 부소장=한국은 모기지 대출 비율이나 레버리지(남의 돈으로 수익을 내는 효과) 측면에서 미국보다는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태는 못 됩니다. 강남에서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을 50% 이상 끼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80%를 넘는 곳도 상당수입니다. LTV가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60%에서 40%로 낮춘 2005년 6월 이전에 집을 사거나 LTV가 높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전세끼고 사는 것도 사실 돈 빌려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맥락입니다.

◇손 교수=한국은 그렇다해도 미국에 비해 전체적인 LTV가 낮습니다. 또 미국처럼 담보가격을 넘어서는 돈을 받지 못하는 비소구(Non-Recourse) 대출이 아니라 담보가가 빚보다 낮아져도 차액을 갚도록 돼 있다는 점도 안전요인입니다. 물론 저축은행이 문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금융시스템 자체가 불안해질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주식도 투자하다가 반토막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습니까.

◇사회=정부가 앞으로 펼쳐야 할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것 같습니다.

◇선 부소장=정부가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는 상황에서 급격하게 공급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도시와 뉴타운을 늘리고 준공업지역과 그린벨트까지 푼다고 하지 않습니까. 더욱이 2010년께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면서 기존에 살던 주택 수나 규모를 줄일 것입니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집을 살 경제력이 점점 모자라지죠.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절정을 이루고 뉴타운과 신도시가 모두 들어설 2013년 이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크게 넘치게 될 겁니다.

◇손 교수=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주택 수요 감소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실질소득이 3%만 올라도 수요가 충분히 공급을 따라갈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주택을 대량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6년 이후 강북의 소형 주택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는 선제적인 주택공급을 등한시했기 때문입니다. 뉴타운 등 재개발은 도시의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가 크지 주택공급 확대 효과는 많지 않습니다. 신도시 사업이 병행돼야 합니다.

◇사회=집을 가진 사람들이나 내집마련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선 부소장=부동산 대폭락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빨리 청산해야 합니다.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은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손 교수=지나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버틸 능력이 있다면 보유하고 있는 집을 팔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