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급락ㆍ은행대출 타격 가속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은행대출 능력이 타격을 받는 등 한국이 신용경색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이 1년 전 미국 주택시장에서 촉발돼 전세계 금융서비스 산업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는 금융위기의 엄청난 타격을 경험하는 첫 아시아 주요국 중 하나라면서 이렇게 전했다.

신문은 특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재정수지도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10년 전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의 펀더멘털은 탄탄하다면서도 은행들이 성장 촉진을 위한 자금 조달을 해외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해왔기 때문에 세계적인 자금부족 현상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이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전자와 철강, 자동차, 조선 등의 업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웃 일본은 유동성 부족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미국과 유럽의 도산한 금융기관과 그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은 특히 한국이 직면한 최대 문제로 원화가치의 급락세를 꼽았다.

원화는 올해 초 다른 주요국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때도 '나 홀로 약세'였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지난 7월 이후 약세 행진은 더욱 가속화됐다.

작년에는 원화가 30% 하락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긴 했지만 반대로 수입물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한국은행은 9월에 외환시장 개입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35억달러나 감소할 정도로 원화가치 급락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달러당 36.50원 폭등한 1,223.50원으로 5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환율 위험 헤지를 위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중소기업의 피해를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고 무디스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BSFR)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리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