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시내 면세점을 찾은 회사원 김태만씨(30)는 얼마 전 결혼 예물로 봐뒀던 시계를 사려다 깜짝 놀랐다. 지난 5월만 해도 350만원 하던 까르띠에 시계가 37만원이나 오른 387만원에 나와 있었기 때문.김씨는 "요즘 환율이 오른다지만 넉 달도 안 돼 이렇게 오를 줄은 몰랐다"고 씁쓰레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각종 면세품과 명품,와인 등 수입제품 가격도 들먹거리고 있다. 2일 원.달러 환율은 1134원,원.엔 환율은 100엔당 1050원을 기록,최근 한 달 새 각각 123원,112원씩 치솟았다. 때문에 면세점.백화점.명품매장.와인수입업체 등 수입품 취급 업체들은 가뜩이나 국내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환율 급등으로 인해 영업환경이 더 어려워질까 고심하고 있다.

일반 면세점(시내.공항.인터넷)은 매일 변동된 환율(전일 한국은행 고시환율)로 가격을 매긴다. 최근 환율 상승에 연동해 원화로 환산한 가격을 올려받고 있지만 그럴수록 매출도 떨어지게 마련이어서 울상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매출(내국인 기준)이 전달(7월)에 비해 3.0%,전년 동월에 비해선 2.5%가량 줄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가격이 매일 오르다 보니 백화점과 가격 차가 줄어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월간 단위로 환율을 가격에 반영하는 기내면세점이 매일 반영하는 일반 면세점보다 가격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 항공사들은 매달 25일께 다음 달에 면세품 가격에 적용할 환율을 결정한다. 매월 발행하는 기내지(誌)에 달러화와 원화로 가격을 게재하므로 중도에 환율이 뛰어도 가격을 바꿀 수 없다.

백화점 명품매장도 브랜드별로 매년 2회 정도 판매가격을 조정하므로 지난달 가격 조정 이후 환율 급등세가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루이비통 모노 보스턴백의 경우 매일 가격을 조정하는 면세점에선 69만5000원(685달러)인데 환율변동폭을 반영하지 못한 백화점에선 77만원으로 가격차(10.7%)가 면세 폭보다 더 작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봄상품 가격은 지금보다 10%가량 올려야 할 전망인데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쳐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와인 수입업체들은 최근 와인가격 거품빼기 바람에다 환율 급등까지 겹쳐 죽을 맛이다. 수입업체들은 대개 1년 단위로 해외 와이너리들과 계약을 맺지만 인기가 높은 고급 보르도 와인은 수시로 수입하고 있어 최근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15% 정도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가 위축돼 손대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성호/최진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