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예정했던 한국 방문일정을 늦추거나 투자계획 재검토를 고민하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일 개최한 제1차 국제기업위원회(위원장 최준근 한국HP 사장)에 참석한 주한 외국기업 대표들은 "해외 신문과 방송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촛불시위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본국 기업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 참석자는 "촛불시위 장기화와 함께 노조의 정치 파업까지 불거져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한국을 불안정한 나라로 간주해 투자를 꺼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직된 한국의 노동시장이 외국기업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외국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동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외국기업들은 소규모 투자를 한 뒤 사업이 성공적이라는 판단이 서면 투자규모를 늘린다"며 "현재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수도권 규제,토지이용 규제 등을 국제 수준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에 법인이나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직접투자 외에 다양한 투자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만큼 변화하는 투자 트렌드에 맞춰 법 체제와 인센티브 시스템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외국인 투자의 새로운 움직임 중 하나가 실리콘밸리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펀드를 구성,한국의 정보기술(IT) 분야에 공동 투자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관련 상품을 미국 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형태"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기법인 만큼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열린 전경련 국제기업위원회에는 도레이새한,듀폰,르노삼성자동차,볼보건설기계코리아,GM코리아,한국IBM,한국쓰리엠,푸르덴셜투자증권,필립모리스코리아,한국소니전자,한국HP 등 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기업 대표 20여명이 참석했다.

국제기업위원회는 외국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경련 내에 만들어진 조직으로,주한 외국기업 대표와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