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 8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투자부진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적지않은 타격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투자지표들 일제히 적신호

15일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실질기준의 투자지표들이 상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분기의 기계류 투자는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0.9%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가 줄어든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1.4분기별 기계류 투자 증가율은 2001년 -1.0%였으나 2002년 0.2%, 2003년 3.4%, 2004년 5.4%, 2005년 8.1%, 2006년 3.2%, 2007년 13.5% 등의 호조세를 보였다.

연간 기준의 기계류 투자액은 2001년 -7.9%였으나 2002년 6.6%, 2003년 2.2%, 2004년 7.2%, 2005년 7.4%, 2006년 8.2%, 2007년 7.6% 등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운수장비와 기계류를 합한 전체 설비투자는 지난 1.4분기에 1.4%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서지 않은 것은 수출호조로 인해 그나마 운수장비 투자가 12.3%나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설비투자 증감률은 1.4분기 기준으로 2004년에 -0.1%였으나 2005년 3.8%, 2006년 7.1%, 2007년 10.9% 등으로 지난 3년간 호조세를 보였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1.4분기 기준으로 2006년 1.1%, 2007년 3.7%였으나 올해에는 -1.1%로 돌아섰다.

무형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지난 1.4분기에 6.2%로,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05년 10.4%, 2006년 8.9%, 2007년 7.3% 등에 비해 낮아졌다.

통계청의 통계에서도 투자부진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설비투자 총지수의 전년대비 증감률은 작년 11월 10.4%, 12월 10.1%였으나 올해 1월 -1.8%, 2월 -1.9%, 3월 0.9%, 4월 -2.0% 등으로 감소세 기조를 유지하고있다.

특히 기계류 투자는 지난 4월에 -6.4%를 나타내 2003년 11월의 -8.7%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기계류 투자는 작년에 평균 9.7%의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올해 1월 -2.7%, 2월 -2.8%, 3월 -0.2%, 4월 -6.4% 등으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투자의 선행지수인 건설수주액도 1.4분기에 3.9%가 줄어들었으며 4월에도 2.5%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 잠재성장력 악화 우려

기계류 설비투자가 위축된 것은 우선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경영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투자가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설비투자가 워낙 활발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1분기 설비투자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요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새 정부 들어서도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1분기에 반도체 장비 투자가 위축됐고 휴대전화나 철강 등 다른 부분도 좋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환율이 설비투자를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전체 설비투자 가운데 수입물량의 비중이 2000년 기준으로 이미 60%를 넘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게 되면 수입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원화 기준으로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수입물량은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면 당장 국내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민간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마저 나빠지면 내수경기가 더욱 침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권 실장은 "설비투자가 위축되면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 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활성화 대책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준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