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대한화재를 인수,보험업에 진출한다.

대한화재 대주주인 대주그룹은 6일 허재호 회장과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화재 지분 56.99%(2396만150주)를 롯데그룹에 매각키로 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바인딩(Binding)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37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MOU를 체결하면서 매각 대금의 10%인 37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으며 2주간 정밀 실사를 한 뒤 최종 인수 가격을 확정하고 금융감독위원회에 지배주주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대한화재 인수 배경

롯데그룹의 대한화재 인수는 유통 석유화학에 이어 금융 쪽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금융분야 진출은 그룹 경영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의 금융 육성전략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롯데의 풍부한 유동자금을 바탕으로 금융업 육성에 나설 경우 그룹 계열사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롯데의 금융분야 강화는 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신 부회장의 진두지휘로 2002년 동양카드를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LIG생명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롯데는 당장 롯데쇼핑 등 유통 계열사와 제휴를 강화하면 보험 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가 백화점 카드고객 자산을 인수받으면서 100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유주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한화재 인수로 롯데카드와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룹의 막대한 보유 자금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는 앞으로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가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기존의 자산운용사 인수를 검토했던 롯데는 가칭 '롯데에셋매니지먼트'를 신규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롯데는 이를 위해 40~50여명의 전문인력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부회장이 M&A 주도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고집해 온 롯데가 M&A로 성장전략을 튼 데는 신 부회장의 경영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실제 롯데쇼핑이 백화점을 지을 때 과거엔 부동산을 매입해 건설하는 데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임차 방식을 활용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신 부회장은 2∼3년 전부터 일본의 유통업체들의 몰락을 예로 들면서 기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팔고 대신 임차하는 방식의 '세일앤드리스백(sale and lease back)'을 적극 도입할 것을 주문해 왔다.

영플라자 2호점인 청주점과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 롯데는 금융뿐 아니라 기존 사업에도 M&A를 통한 덩치 불리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년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데 이어 올 들어 빅마트를 사들여 롯데쇼핑의 슈퍼사업부에 합병시켰다.

롯데는 대한통운 인수도 적극 추진 중이다.

육상 운송 및 택배시장 선두업체인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백화점 홈쇼핑 등을 소유한 롯데의 물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김동민/김진수/임도원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