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 지난주 실시된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질문에 순간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는 답변을 망설였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이 후보자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현실은 법원에 오면 발이 넓은 사람은 빨리 접근하고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접근 통로가 막혀 있어 평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나 여겨진다." 사법부의 수장에 오를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 앞에 만인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청문회 내내 솔직한 답변으로 이 후보자는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끌었다. 벌써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의 답변을 '사법부 대개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14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24일부터 대법원장으로 일할 이 후보자의 행보에 법조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지적한 다음과 같은 말이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힘 없는 백성들은 형(刑)을 받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다 풀려나고." 사회부 차장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