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사람모으기
사람을 모으고 불리는 즐거움



현준아! 다음 주 정기 총회에 올거지?

영모야, 이번 주 등산 모임에 와라!



돈만 모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사람도 모으고 불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은 쓰는 게 재미있고, 모으는 것은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사람을 모으는 것은 인내가 아니라 즐겁고, 고마움을 받는 일이다. 그리고 나로 인하여 모이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그 들이 모두 즐거워할 때 삶의 행복은 회원의 숫자만큼이나 불어난다.



사람을 모으는 즐거움

총무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모임을 주선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회원들에게 연락하는 것은 온전히 총무의 역할이다. 동창회, 향우회나 독서회 같은 모임은 약속을 하고도 사정이 생기면 빠질 수가 있고, 장소의 여유도 꽤 있는 편이다. 그러나 골프 모임은 4명이 한 조로 해야 하는 운동이라 누군가가 갑자기 불참을 통보하면 참 난감하다. 그러면 또 부랴부랴 대타로 참석할 회원을 찾아내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작게는 십 수 명, 많게는 수 백 명의 모임이 있지만, 사실 그 많은 회원들과 언제나 연락을 하며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회원들이 서로에게 알려주며 모임에 나오라고 하면 꽤 많은 회원이 연락을 못 받아 불참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총무는 모든 회원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언제든지 모든 회원들과 소통할 수단을 갖게 된다. 연락하는 방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한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사람 간의 소통 수단이 다양해졌다. 좀 번거롭지만 가장 반가워하고 내가 좋아하는 수단은 역시 전화 통화이다. 듣는 사람도 부담스럽지만 일일이 전화해주는 것에 무척 고마워한다. 이메일과 문자는 간단하게 모든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어 좋다. 카톡은 초대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모든 사람의 반응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카톡을 싫어하는 회원도 있어 단체 카톡에 여러 사람을 초대할 때는 꼭 그래야 하는 지를 심사숙고하고 해야 한다. 요즘은 밴드도 많이 쓰고, 대신에 이전에 인기 있던 인터넷 카페는 시들해졌다. 카페는 사진이나 모임 결과 계획 또는 정산 등 자료 저장고로서만 쓰고 있다. 회원이나 동문이라고 해서 모두 다 모두를 알 정도로 절친한 것은 아니다. 얼굴 알아볼 정도로만 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하다. 느슨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난 뭐든지 양과 질, 둘 중에 어느 하나가 먼저냐는 질문을 받으면 서슴없이 양이 먼저라고 한다. 한 켤레 수출가가 1,500원하는 양말을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 양이 많아야 되는 장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많이 만들어 많이 수출하고 많은 경쟁자의 제품을 만져봐야 뭐가 좋고 나쁜지 안다. 마찬가지로 사람 관계도 그렇다.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총무가 되고 나서 부지런히 많은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친구들을 모으다 보니 새로운 회원이 늘어난다. 단순히 한 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도 있지만, 내가 알지 못하던 인생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가 살아온 역정을 듣는 것이 참 즐겁다. 그렇게 새로운 친구가 늘어날 때마다 우리는 익숙하게 이어져 오던 모임에 갑자기 새로운 분위기가 돋아난다. 그래서 사람을 모으고 만나는 재미를 더한다.



총무는 사람수집가

똑같은 사람들의 모임도 때와 장소에 따라 같은 적도 없다. 입심도 갖가지이다. 음담패설을 잘하는 친구도 있고, 절에 다니면서 강의를 하는 종교적 입담이 쎈 친구도 있고, 과학 관련 책을 여러 권 낸 친구도 있다. 그래서 친구들의 조합이 어떻게 되는 가에 따라 분위기와 대화의 주제도 늘 바뀐다. 친구를 모으는 것은 책을 모으는 즐거움보다 더 하다. 서재도 없고 마구 모은 책장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책이지만, 그 책들의 제목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둘러보며 그 책과 나의 관계를 돌아보고, 그 책에서 좋았던 구절을 다시 음미하는 즐거움은 책을 모으는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얼굴에 파인 주름살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를 돌아본다. 그가 하는 입담에서 삶의 깊이와 희열을 느끼는 것 또한 주변에 친구를 모으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맛보기 위하여 이 친구 저 친구에게 모임을 핑계 삼아 전화를 하면, ‘바쁘고 귀찮을 텐데 자기한테까지 전화 주어서 고맙다!’는 진심 어린 말을 듣는 것 또한 친구를 모으는 즐거움이다. 뭔가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사람을 수집가라고 한다. 그럼 사람 모으는 걸 취미로 하는 사람은 누굴까? 그런 사람을 총무로 시키면 아주 잘할 것이다. 우표를 모으는 사람은 자기의 우표 책을 보며 흐뭇해하고, 돈을 모으는 사람은 통장을 보며 흐뭇해한다. 사람을 모으는 사람도 친구들과 모이며 흐뭇해한다. 그냥 누군가 불러서 즐겁게 나가는 게 아니고, 불러 모아서 모인 친구들을 흐뭇하게 본다. 사람수집가!



사람을 불리는 즐거움

저축을 하면 복리로 돈이 늘어난다. 사람을 불리면 즐거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잔치는 왁자하니 시끌해야 한다. 장례식도 그렇다. 조문객 없이 썰렁하니 조용하면 우울해진다. 아무리 장례식이지만 사람도 많고, 누군가는 떠들고 웃어야 하는 게 우리 장례식이다. 그래서 장례식을 축제의 장으로 보는 게 우리의 한민족이다. 일단 뭔가를 하면 사람 사는 맛이 나야 한다. 모임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워지고 흥이 나는 건 당연하다. 행복도 전염된다고 했다. 서로서로 마구마구 전염시키다 보면 흥은 부풀어 하늘 높이 솟는다. 한두 사람 오붓하게 조용히 만나 깊은 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고, 그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 다 같이 깊은 마음을 넓게 나누는 것도 좋다. 우울하다가도 기분이 풀리고, 안 되던 일도 잘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솟는다. 설령 잘 안 돼도 덜 슬프게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시고 떠들고 소리 높여 웃고 우울한 일을 당한 친구를 위로하며 같이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큰 행복이다. 그렇게 같이 웃고 울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야 한다. 적은 사람은 아무리 모여도 썰렁한 느낌이다.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어 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이 많은 모임은 전체적으로든, 소모임으로든 서로의 행복을 나누고 크게 할 기회가 많아진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 한 번 왔다 가는 게 아니라 같이 머무르면서 기존에 있던 회원들과 잘 어울리며 즐거움을 나누면, 모임의 크기도 모임의 즐거움도 부풀어 간다.





총무는 북치는 사람

총무의 역할은 좋은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거나 사람들을 모는 북과 같다. 둥 둥 둥~~ 그 북에 홀린 듯 모여서 우리는 또 다시 축제를 연다. 그럼 사람들은 모여서 즐긴다. 서로를 보는 즐거움,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움, 새로운 친구를 보는 즐거움, 모임이 끝나고 헤어지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즐거움. 그래서 오늘도 총무들은 전화로, 이메일로, 밴드로, 카톡으로 열심히 북을 친다. 애들아~~ 모여라. 노올자~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