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처지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은 건방진 사람이고,
자신의 처지보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비굴한 사람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일을 시키는 겁니까!” 우리 주변에는 하찮은 일을 경시하는 사람을 만난다. 반대로 “저는 그런 일을 못해요!”라고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사람도 만난다. 누구나 자신에 대해 냉정하지 못하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정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주눅드는 사람이 늘기 마련이다. 한번 위축된 마음을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찮은 것은 멀리 하고 큰 것 한방만 기대한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했더라도 절반이상(51.7%)의 젊은이들(20~24세)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에 35~39세 연령층은 1년 취업 유지하는 비율(68.6%)이 오히려 10.6%로 높아 지고 있다.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20대 직장인들은 취업 후 현재의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버텨나가기가 힘들다며 불안해하는 샐러리맨들은 행복이 가득한 직장을 찾아 훨훨 떠나고 싶다. 심리학적 용어로 이른바 ‘파랑새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발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장에서 훌쩍 떠나 파랑새를 찾아 떠나지만 그렇게 찾던 파랑새는 결국 자신 마음 속에 있다는 옛말을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대기업 최연소 이사 나이가 20대 후반이라는 점에 신문을 보는 사람이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을 본다. 어떤 사람은 그 나이에 신입인데, 이사라니 하면서 말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제까지 뭐했지”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비록 멀리 돌아왔더라도 돌아오면서 보고 듣고 했던 것이 얼마인데 굳이 자신을 깎아 내릴 필요까지는 없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이 직업이 맞을까?” 우리들은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남의 성공했다면 부러워 정작 자신의 일에 대해서 존중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바로 자신의 일에 대한 존중감으로 가득 찬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지긋지긋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한 그 사람의 어떤 파랑새를 찾아도 결국 그 지긋지긋함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파랑새를 찾는 방법은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찾아야 한다. 제일 먼저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꼭 갖는 것이 좋다. 짧게는 새해 시작과 함께 마음 먹었던 일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또한 얼마나 실행했는지, 되돌아 볼수록 더욱더 침잔하는 마음을 가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주마등처럼 아쉬움만이 가득 찰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 일도 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 부족함이 느껴질 것이다. 혹시 겉모습만으로 사귄 것은 아닌지 진정으로 그들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였는지, 또는 그들이 나를 받아들였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당신은 넘쳐나는 명함, 기약도 없는 인연에 도망치고 싶을 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하찮은 일부터 잘 해야 된다. 직장에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정말 중요한 일은 그 하찮은 일을 잘 할 때 맡겨진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중요한 일을 맡겨주는 상사는 없다. 직장에서 인정 받고 싶다면, 하찮은 일부터 완벽하게 마무리하라. 되돌아 보면 알맹이는 없고 지나치게 껍데기만 화려하게 해오지 않았는가. 뒤쳐질지모른다는 초조함 때문일 것이다. 이제 세상을 끄고 당신이 하찮다고 미루어둔 일에 매진하자.

※ 이 칼럼은 한국경제신문 한경닷컴 <윤영돈의 직장인 눈치 코치> 칼럼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새로운 칼럼을 무료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