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 짬을 내어 에펠탑으로 향하는 길에 안내하는 택시기사가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우며’꼬레 베리굿’이라고 외쳤다. 한국의 PDP가 일본의 것보다 우수하고 인기가 좋아서란다.



이러한 외국에서의 뜻하지 않은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철구조물들을 연결시켜 만든 에펠탑 역시 훌륭한 건축기술과 용접기술의 결합체라는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다. 멋진 광경으로 황홀함을 느끼는 동시에 첨단기술과 기반기술 모두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고 세계적인 명물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도도하게 솟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에펠탑 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건축물을 우리도 지어야 하고 또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탑을 장식한 화려한 불빛을 흐트러뜨리는 분통의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한참 전 성수대교 참사 10주기에 한강에 꽃다발을 던지며 영혼들을 위로하던 모습과, 당산철교 용접부분의 미세한 실수로 다리 전체를 몽땅 뜯어냈던 일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에 더하여 ‘국가이미지’실추라는 더 큰 손실을 세계로부터 얻게 된 것도 에펠탑을 보며 느꼈던 부끄러움이었다. 그후 다행히도 그런 아픔을 딛고 재기의 상징물인 서해대교를 건설했고 곧 100층이 넘는 건물을 상암지구에 짓고자 한다니 기대가 크며 첨단기술과 현장기술이 잘 결합될 때 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예를 볼 때, 파리의 택시기사가 최고라고 칭찬한 첨단기술만을 우리가 지키고 키워갈 것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첨단기술이 발휘되어 완성된 모습을 갖추도록 해주는 기반기술과 현장기술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가볍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의식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용접부위의 미세한 균열은 거대한 구조물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그렇게 중요한 용접을 누가 하는가? 이공계 대학출신의 엔지니어가 하는가? 로봇이 하는가? 아니다, 용접은 말단 중소기업 현장의 용접기사가 하는 일이다. 용접기사의 정성 없이는 100층이 넘는 건축물도 거대한 교량도 세울 수 없다.



그러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자신의’혼’을 담아 정성들여 용접할 젊은 기술자들이 현장에 있는가? 숙련된’기능장(技能長)’밑에 여러 명의 젊은 기사들이 다수 포진하여 작업공정에서 그의 지식을 전수받으며 기술을 익혀 나아가는 것이 현장기술 전수와 숙련형성의 바람직한’가치사슬’구조일 진데,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놀랍게도 대다수 용접현장에서 용접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들어온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이다. 과연 그들에게서혼과 정성이 담긴 용접을 기대하며 세계적인 구조물을 세울 수 있을까?

우리가 이공계 살리기, BK21, 뉴딜 등을 외치며 이벤트와 무지개 잡기에 매달릴 때 정작 우리 산업의 토대를 이루는 현장기반기술은 더욱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이 분야를 제대로 육성하지 않고서는 언제 또 다시 대형참사를 야기 시킬지 모르는 일이며 외국인 근로자의 미숙한 손길에 중요한 일을 맡겨놓고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현장기술과 기반기술인력육성의 틀도 재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다음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산업기반기술을 재정의 하고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 기술 중에서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신 경쟁력 직종(가칭)’을 선정하여 인력양성과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부족한 인력 모두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단순직 등은 외국인 근로자나 고령자 등에게 맡기되 산업기반이 되는 직종(예, 용접, 금형, 주조, 정밀가공, 도금 등)을 선정하여 노사정이 합의한’경력경로(career path way)’를 설계하고 지원방안을 제시해 주어 직업적 비전을 가시화해줌으로써 이들 직종으로의 인력유입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둘째, 위에서 선정한 신경쟁력 직종과 기업에 대하여’1 技能長 10 徒弟制度(가칭)’를 도입하는 것이다. 한 명의 숙련기술자가 최소한 10명 정도의 젊은 기술자들을 OJT를 통해 현장의 숙련을 이어가고 육성시켜야 앞으로 10년 후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제도를 채택한 기업과 기술자에 대해서는 그들 임금의 일부 또는’숙련전승지원비(가칭)’를 지원하여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산업의 기초체력을 보강시켜 나가야 한다. 2006년이면 공고 졸업자로는 현장의 인력수요를 충당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신 경쟁력 직종으로의 신규인력 유인과 육성 없이는 기반기술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인적 인프라가 단절되어 버릴 수 있다. 현재 40대인 기능장들이 은퇴하고 난 후, 그들의 숙련을 이어갈 방법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용은 중소기업이 모두를 부담하기 힘들 것이므로 관련부처들의 기금 등에서 분담하는 부처간협의체를 통해 해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좀 더 긴 안목으로’신 경쟁력 직종 연금제도(가칭)’를 도입하여 이 직종을 선택할 젊은 기술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 주어야 한다. 다른 직종들에 비해 직업비전이 뚜렷하지 못해 기피하는 직종인데다 노동강도 또한 강한 직종들이므로 노동력의 빠른 쇠퇴를 배려해 주는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신 경쟁력 직종에서 종사할 경우 자신의 장래발전 모습과 경제적 안정성에 대한 전망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회적 배려가 가시화 될 때,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자신의 장래를 맡겨보고자 타진해볼 청년들이 늘어날 것이다.



파리에 가시는 분들이 부디 에펠탑의 화려한 불빛에서 우리 기술발전의 균형성 그리고 용접기사와 같은 현장기술력의 혼과 정성이 국가적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일면임을 느끼고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