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왜 질 수밖에 없는가?
왜 질 수밖에 없는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경쟁력의 차이는 실행의 차이이다

탁구장에 가면 항상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공이 떨어지면 상대 쪽이더라도 가는 젊은 이가 있다. 고개만 끄덕이는 인사가 아닌 항상 깊이 고개를 숙이고 1초 이상은 머문 다음에 고개를 든다. 새로운 사람이 탁구장에 오면 항상 안내하며 룰을 알려 준다. 함께 탁구를 치는 사람이 어르신이면 공에 배려하는 마음이 보인다. 어르신이 강한 스매싱으로 점수를 따면 자신이 잘한 것 마냥 기뻐한다. 공이 떨어지면 먼저 주우려고 하며 멀리 나가면 항상 자신이 주워 온다. 상대방과 부딪치거나 상대의 경기를 방해한 경우에는 곧 바로 고개 숙이며 죄송하다고 한다. 탁구를 처음 배우려는 어린이가 오면 라켓 잡는 방법부터 공을 맞추는 방법을 성의껏 알려 주며 10여분 함께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탁구장에서 서로 짝을 맞추어 즐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즐기러 왔기 때문에 땀을 흘리며 열심이다. 모든 사람들이 상대에게 배려하려는 마음은 있다. 그러나 실행이 없다. 자신의 것만 즐길 뿐이다.

젊은 이가 탁구장에 온지 한달만에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하였다. 사람들이 젊은이만 오면 서로 치려고 한다. 탁구 수준이 높은 1부나 2부에 있는 사람들은 젊은이에게 공격과 수비하는 법을 알려주며 함께 한다. 처음 왔을 때의 젊은이의 탁구 실력은 6부 수준도 되지 않았지만, 3개월이 되지 않아 5부에 있는 사람들과 대등하게 탁구를 친다. 이전에는 탁구 수준이 차이가 많으면 치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자신들만의 즐김이 아닌 함께 즐기는 탁구장으로 변했다. 젊은이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보며 느낀 바는 ‘하는 마음이 있지만, 실행하지 않으면 그 마음이 퇴색되고, 함께 하면 분위기도 좋고 전체의 실력 또한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누가 이기겠는가?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두 도시를 여행하였다.

A도시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려 했으나, 대부분 학생들이 고개나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저기요”하고 간다. 심한 경우에는 근처 맛있는 식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몰라요” 또는 못들은 척하며 간다. 길을 걷다가 맞지 않는 구두로 인해 고생을 해서 구두를 사려고 구두 가게를 물어봤는데,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식당에 들어가니 메뉴판만 주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손을 들어 신호를 하니 와서는 벨을 누르라고 한다. 맵지 않게 해달라고 했으나, 나온 음식은 차이가 없었다.

B도시에 갔다. 지하철에서 지도를 보며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한 학생이 와서 영어로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어눌한 한국말로 어디 간다고 하니 방향이 잘못되었다며 한 층 올라가 반대 방향으로 가서 타라고 한다.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니 따라오라고 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데려 준다. 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정류장을 정확하게 알려 주거나 이끌고 간다. 식당에서는 주문을 손님 눈높이에 맞추어 앉아서 받고, 주문 내용을 정확하게 체크하여 확인하게 한다. 맵지 않게 부탁하니 주문서에 ‘맵지 않게’라 적는다. 구두 가게를 찾고 싶다고 하니, 구글맵을 가지고 와서 설명하는데 알 수가 없어 하자, 구글 번역기로 가는 방법을 자세히 적어 보여준다. 지하철역 3번 출구 20M앞이라고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

학생이나 도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경쟁력이다.

사실 직장에서는 직무를 수행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채용 단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인성이다. 잘못 뽑은 직원은 조직과 구성원에게 큰 재앙이 된다. 직무역량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인성이 좋으면 가르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직무역량이 높아도 인성이 따라가지 못하면 조직에 갈등을 조장한다.

좋은 인성은 타고난다고 하지만, 태도는 변화될 수 있다.

태도는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면 친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혼자 만들 수 없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정교육부터 학교교육, 나아가 사회시민의식이 성숙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실행되도록 하나에서 열까지 가져가는 것이 당연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젊은이에게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높은 시민의식이다. 어른으로서 이 점을 더 강조하지 못함이 부끄럽고 안타깝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