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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큐슈 전통 료칸이 모여 있는 기구치(菊池) 계곡의 초입,

기쿠치관광호텔(Kikuchi Kanko Hotel)로 들어섰다.

빗줄기는 잦아들 줄 모르고 왼 종일 일행을 따라 붙었다.

호텔 앞마당이 협소해 바깥에서 손님을 승하차시켜야함에도 불구,

운전기사는 버스 출입구를 최대한 호텔 현관 가까이에 대느라

몇 번의 전후진을 해가며 안간힘을 쏟는다.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하려는 기사의 깨알 같은 배려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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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호텔로비에서 온천 이용에 대해 안내했다.
“다다미방이라 특유의 꿉꿉한 냄새도 있지만 일본 문화라 이해하면 금방 익숙해질 겁니다.

석식은 유카타(浴衣)를 입고 카이세키 요리를 드시게 됩니다.

온천탕 바닥이 미끄러우니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

남자들은 동관 6층 노천탕에서 1층 온천탕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단,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바깥 계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일명, ‘알몸 온천 순례’라고들 얘기 하지요.”



이 대목에 이르러 몇몇 여성분들이 급 관심을 보이자, 가이드(女)는 기다렸다는 듯이 너스레를 날린다.
“알몸男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보이는 비밀장소를 알고 있으니 관심 있는 여성분들은 제게 사인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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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菊池)는 아소 화산대에 속해 있어 양질의 풍부한 온천수를 자랑한다.

기쿠치 온천은 각각 숙박시설마다 原泉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 온천에 함유된 무색투명한 알카리성 수질은 미용에도 최적이라 특히 여성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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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방은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숲이 있는 창밖 풍경도 좋았다.

옷장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유카타(浴衣)를 꺼내 들었다.



유카타의 길이는 발목 복숭아뼈 정도로 내려오게 입는다.

왼쪽 섶이 위로 가게 입는다.

여자는 허리띠를 가슴 아래쪽에 두 번 칭칭 감아 묶고

남자는 허리띠를 배꼽 아래쪽에 묶는다.

日규슈여행-제6신...제 발로 地獄의 문턱을 넘나들다


조금 전 가이드가 알려준 대로 짝꿍의 도움을 받아가며 착용했다.

카이세키 요리를 앞에 두고 유카타 복장으로 일행들과 마주 앉았다.

가슴 골과 사타구니 여밈이 신경 쓰였으나 앙증맞은 그릇에 소꿉놀이 하듯 담아놓은 반찬들에 우선 눈이 팔렸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했던가.

각자 앞에 한 상씩 차려진 일본 전통식 정찬, 눈요기로는 100점이나 짜고 매운맛에 길들여진 저렴?한 내 입맛엔…글쎄다.



실내 온천탕에 들어가 몸을 데운 뒤 노천탕으로 나갔다.

노천은 비 오거나 눈 내릴 때 분위기가 ‘굿’이라 들었다.

때마침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 쓴 채로

노천 벌거숭이가 되어 이국의 까만 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그렇게 큐슈에서의 둘째 날 밤은 깊어갔다.

셋째 날 아침, ‘혹시나’ 하고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역시나’다.

비는 멎었으나 하늘은 언제라도 심술보를 터트릴 기세다.



체크아웃 후 버스에 올랐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온천도시, 벳부(別府)로 향했다.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패키지여행이란 게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선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보니 버스는 도시 외곽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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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곳곳에서 하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그사이 온천지역인 벳부에 이른 것이다.

하얀 연기는 다름 아닌 ‘유케무리'(온천 연기)였다.

일본사람들은 하얗게 피어오르는 벳부의 ‘유케무리’를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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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地獄의 문턱에 멈춰 섰다.

사람들은 제 발로 地獄의 문턱을 잘도 넘어 선다.

벳부의 8개 지옥 중 으뜸이라는’가마도 지옥(かまど地獄)’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로 도깨비가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하여

‘가마도 지고쿠(地獄)’라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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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간나와 가메가와(?輪?川) 지옥 일대는 1천 년 전부터 뜨거운 증기, 흙탕물, 열탕 등이 분출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불길한 땅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地獄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러한 연유로

지금도 이 지방에서는 온천 분출구를 일러 ‘지고쿠(地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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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한글 안내판이 눈에 띤다.

곳곳에서 우리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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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한 체격의 일본男이 한국 관광객들을 쥐락펴락한다.

어설픈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쉴 새 없이 하얀 연기를 몰고 다니는,

그의 이름은 ‘혼다’이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여 온천 증기가 나오는 곳을 향해 입김을 불면

순식간에 온천수의 증기가 엄청 크게 피어오른다.

사람들이 “스고이!(대단해)”라고 외치면 그는 “쥑이네!”로 답한다.

그가 호루라기를 불며 옆 공연 장소로 관람객을 이끌면 너나없이

말 잘 듣는 유치원생이 되어 이동한다.

“삐익 삐익(하나~ 둘~)” 하면, 한국 관람객들은 “셋~ 넷~” 한다.

가마도 지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눈요깃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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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규슈여행-제6신...제 발로 地獄의 문턱을 넘나들다


日규슈여행-제6신...제 발로 地獄의 문턱을 넘나들다


가마도 지옥에는 크고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열탕의 온도와 연못의 넓이에

의해 성분의 結晶(결정) 상태가 달라 온천수 색깔이 다르게 보인다.

즉 온도가 낮을수록 옥색을, 온도가 높을수록 황토 빛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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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도 지옥을 빠져나와 인근 유노하나(湯の花)재배지로 이동했다.

유황 온천수를 증발시켜 만든 ‘유노하나’는 무좀, 땀띠, 습진, 신경통 등에 좋다는 천연 입욕제이다.

이곳에선 300년이 넘은 전통 방식대로 ‘유노하나’를 재배하고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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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집처럼 생긴 재배棟에 들어서자, 유황냄새가 강하게 번진다.

유황 꽃이 하얗게 핀 재배동 천장에 “유황을 채취해 가지 마세요”란

한글 안내문이 매달려 있다. 무얼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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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채취한 ‘유노하나’로 온천을 할 수 있는 가족탕도 갖추고 있다.

온천욕과 불가마를 끔찍이 좋아하는 짝꿍이 아니던가.

아마도 개인적으로 왔더라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특별한 온천체험을 하고야 말았을 터, 못내 아쉬운 듯 짝꿍은 입맛만 다시고 말았으니….

<다음 편으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