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로 일본 제조업에 대한 얘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모노 쯔쿠리'란 말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서점에 가보면 모노 쯔쿠리에 관한 책만해도 수십종이 넘습니다.'모노'는 물건이고,'쯔쿠리'는 만들다는 뜻의 일본어 입니다.

 

한자어나 한국말로는 간단히 '제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 필링은 제조와는 조금 다릅니다.물건을 만든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물건속에 정신,사랑,혼 같은 것을 넣는  개념까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세계 최대,최고의 공산품 제조국가입니다.일본이 오늘날 세계시장을 석권하게 된 밑 바닥에는 물건을 만들때 혼을 불어넣는 장인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만드는 사람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그래서 식당이든 가내 수공업이든  대를 이어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지난해 연말 방문한 중소기업 현장에선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오늘은 제가 직접본 중소기업 현장을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의 남쪽해안과 마주보이는 곳에 이시카와현 마토시가 있습니다.마토시 외곽에는 '북마을 아사노'라는 전통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세계 최대 북생산 메이커인 (주)아사노 본사와 전시관,연주장 등이 위치해 일본에선 '북의 고향'으로 불립니다.

 

아사노북 공장 마당에는 북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수십m짜리 원목이 즐비했습니다.지름 3-4m짜리 큰 북을 만들려면 수령 수백년이상된 원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는 2009년 창업 4백주년을 맞는 아사노북은 연간 8천여개이상의 북을 생산,일본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아사노 야스오 사장(36)은 창업자의 18대 후손입니다.

 

"전통에 현대적 미를 가미한 상품을 만들어 수요층을 넓혀가는데 주력하고 있다"직접 북을 제작하는 아사노사장은 "좋은 소리와 함께 세련된 작품을 만들어 앞으로도 4백년이상 지속되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소망을 말했습니다.

 

아사노북은 제작 공정을 표준화하고, 디자인에도 힘을 기울여 2000년이후 3차례나 GD(굿디자인)상을 받았습니다.또 일본북의 해외 보급을 위해 1980년부터 매년 뉴욕 파리 모스크바 서울 등에서 연주회를 열고 있습니다.

 

현재 종업원은 50여명이며,연간 12억엔(1백2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마토시 중심가에 자리잡은 빵가게인 (주)엔파치도 장수기업입니다.이회사는 1737년 창업 이후 하루도 쉬지않고 안코로(일본 전통과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쌀로 만든 떡에 팥을 씌운 안코로 맛은 2백80여년간 변하지 않았다는 게 창업자 11대손인 무라야마사장의 자랑이었습니다.그의 아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3년전부터 매일 공장에 나와 떡을 만들고 있습니다.

 

무라야마사장은 "지역주민과 시 정부의 지원 덕택에 생존이 가능했다"면서 "주민들이 끊임없이 사랑을 해줬기 때문에 여러차례의 경영난을 이기고 전국적인 특산품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전스시 설비를 만드는 이시노제작소도  마토시에 있습니다.1959년에 창업한 이시노제작소는 70년부터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회전스시 설비를 생산,35년째 전국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회사는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항상 경쟁사 보다 한발 앞선 신제품을 개발,시장을 리드해 가고 있습니다.자동급차(녹차 공급기)부착 회전스시,자동 김밥 제조기,자동접시 세척기 등 각종 자동화 주방기구를 생산,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창업 2세인 이시노전무는 30년이상 정상을 지킨 비결을 묻자 "고객의 요구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으며,위생과 디자인을 고려한 신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고를 향해 대를 이어 기술과 제품을 개선해 가는 일본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본 제조업의 저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제조업, 왜 강한가(2)로 이어집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