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호소해온 여자 테니스 세계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3개월 만에 프로 무대에서 승리를 거뒀다.

오사카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웨스턴&서던오픈(총상금 211만4989달러) 단식 2회전에서 미국의 코리 고프(24위)에게 2-1(4-6 6-3 6-4) 역전승을 거뒀다. 오사카가 WTA투어 대회에서 승리한 건 5월 말 프랑스오픈 1회전 이후 3개월 만이다.

오사카는 당시 프랑스오픈에 출전해 “언론 인터뷰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2회전에서 기권했고 6월 열린 윔블던엔 불참했다. 오사카가 “2018년 US오픈 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하면서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예전 경기력을 되찾지 못했고, 어머니의 나라 일본에서 지난달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3회전까지 올랐으나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오사카는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처럼 승리를 거둔 오사카는 “경기에서 졌을 때 안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게 싫어서 인터뷰를 꺼린 면이 있다”며 “생각해보면 매일 경기에 나서고, 팬들과 만나고, 팬들이 경기를 보러 오는 자체가 하나의 성취라는 사실에 둔감해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에서 받는 상금 전액을 아버지의 나라인 아이티에 지진 피해 돕기 성금으로 낼 계획이다. 평소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오사카는 이날 아이티 국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트에 등장하기도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