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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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졌을 뿐인데, 일본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간판스타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반쪽짜리" 일본인으로 전락했다. 테니스 세계 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의 일본 내 여론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식 3회전 경기 이후 급격하게 달라졌다.

오사카 나오미는 지난 27일 도쿄올림픽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세계 랭킹 42위 체코의 마르케타 본드루소바에게 패했다. 이후 '오사카 나오미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안티가 많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여론이 반전된 것에 대해 외신들은 "일본의 간판스타에서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사카 나오미는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이후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에 오르며 일본을 대표하는 테니스 스타가 됐다.

무엇보다 도쿄올림픽에서 성화 점화 마지막 주자로 선발된 오사카 나오미는 일본의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혔다.

오사카 나오미의 충격적인 패배에 외신들은 "압박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사카 나오미는 이날 경기 두 달 전 프랑스 오픈에서 정신적인 건강을 이유로 기권했다. 1라운드 승리를 거뒀지만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당시 오사카 나오미는 1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담당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질책도 받았다.

이후 오사카 나오미는 우울증과 불안 증상이 심했기 때문이라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면서 이후 경기를 기권했다.

오사카의 올림픽 경기 패배 이후 일본 매체 일간겐사이는 '오사카 나오미의 몰락, 원흉 셋'이라는 타이틀로 오사카 나오미가 경기 후 취재에 응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한 "이번 올림픽을 위해 미국과 일본, 이중 국적을 갖고 있던 오사카에게 일본테니스협회가 일본 국적을 제안했고, 2019년 10월 일본 국적을 취득한 후 일본인 직원들이 대동 됐지만, 긴 시간을 보내면서 프로 선수로서의 기본적인 가르침없이 애지중지하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사카의 정체성에 대해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하고 아이티의 피도 흐르고 있어 복잡하다"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것도 그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몇몇 언론은 일본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을 꼬집기도 했다. 또한 오사카 나오미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스포츠 스타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오사카 나오미의 행동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내 오사카 나오미에 대한 여론이 역전된 것에 대해 몇몇 외신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일본의 한 네티즌이 "'오사카가 일본인이라고 하지만 일본어도 제대로 못 한다. 그런데도 왜 성화 점화 주자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댓글에 1만 개 이상 '좋아요'가 붙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사카 나오미는 성화대 점화 후 "확실히 스포츠 선수로 가장 큰 업적이며 인생 최대의 영예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지만 몇몇 관계자들은 "그가 일본에서 경기를 펼치는 건 굉장히 큰 부담감과 압력이 있는 일"이라며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고충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