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골프의 이갑종 회장은 “야마하·한경 KPGA선수권 대회를 통해 부진한 남자대회를 활성화하고 선수들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야마하골프의 이갑종 회장은 “야마하·한경 KPGA선수권 대회를 통해 부진한 남자대회를 활성화하고 선수들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2014 KPGA선수권 대회’는 흥행을 위한 조건을 두루 갖췄습니다. 국내 골프대회 중 가장 오래됐고 국내 최고 프로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해요. 거기다 우승자에겐 5년간 전 경기 출전권이 주어지고, 총상금도 10억원으로 가장 높은 메이저 대회니까요.”

이갑종 야마하골프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야마하골프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마하골프는 다음달 10~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하늘코스에서 열리는 ‘야마하·한경 2014 KPGA선수권’에 한국경제신문과 공동 주최사로 참여한다.

세계 프로골프 투어를 살펴보면 남자대회가 여자대회보다 수도 많고 총상금도 많다. 한국만 상황이 정반대다. 국내 여자골프 인기가 유독 높기 때문. 기업 오너로서 남자 대회 후원을 결정할 때 결단이 필요하진 않았을까.

“남자골프 대회의 인기가 낮다고들 하는데 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스포츠 본연의 다이내믹한 멋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역시 남자선수 대회거든요. 강인함을 강조하는 야마하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대회를 통해 부진한 남자대회를 활성화하고,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면 금상첨화겠죠.”

골프용품 회사가 총상금 10억원 규모의 대회를 후원한 것은 국내에선 전례가 없는 일. 이 회장은 일본 야마하 본사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나카타 다쿠야 일본 야마하골프 사장에게 보고했더니 앉은 자리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어요. 일본의 결재 문화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결정입니다. 일본 본사에서는 한국 지사가 추진하는 일은 되도록 협조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인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해요.”

1990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 회장은 지금까지 다양한 혁신 마케팅을 통해 골프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일본 본사가 이 회장의 결정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것도 그동안의 성공 덕분이다. 야마하골프는 1995년 골프용품 업체 최초로 지상파 프라임타임에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당시 15초 광고료가 1000만원인 시절이었다. 2개월간 광고비로만 2억4000만원가량이 들었다.

이 회장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전국을 돌며 렌털 시타회를 열었다. 일회성 시타에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4~5일간 골프채를 빌려주고 직접 성능을 시험하도록 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야마하는 현재 연 매출 500억원을 넘을 만큼 안착했다.

지난해 10월부턴 티칭프로를 대상으로 야마하골프 홍보단을 만들었다. 홍보단에 무료로 용품을 지원하고, 레슨받는 사람들에게 야마하 용품을 알리게 했다. 윈윈 전략이다. 지난 4월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야마하골프 리믹스 드라이버 광고 삽입곡도 이 회장의 아이디어다. 광고가 나간 후 회사에 ‘원곡이 무엇이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달아 아예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올릴 정도였다. 야마하의 마케팅 아이디어는 모두 이 회장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비결은 총체적 학습.

“음악을 들을 때에도 클래식 국악 영화음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섭렵하고, 책을 읽을 때도 문학 철학 심리학 광고학 등 총체적 독서를 합니다. 삶이란 수많은 모자이크의 퍼즐로 돼 있다고 생각해요. 철학 한 조각, 문학 한 조각 이런 식으로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고 있어야죠.”

이 회장의 집무실은 수많은 음악 CD와 책들로 빼곡했다. 지난 30년간 클래식 음반 1000장 정도를 모았고, 한창 사업을 열심히 꾸릴 때는 매일 1권씩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머릿속에 빼곡히 쌓인 혁신 아이디어를 앞으로 ‘KPGA선수권 대회’에 쏟겠다고 했다.

“골프대회는 일종의 창조 작업입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열고,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회를 세밀하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앞으로 일본 야마하 본사와 함께 다른 골프 대회와 확실히 다른 대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